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씨티은행, 1천만원이하 소액계좌 ‘월 3천~5천원 수수료’

등록 2016-10-03 22:10수정 2016-10-04 10:13

내년부터 계좌 유지명목 부과 추진…‘은행권 확산’ 우려
7700만개 휴면계좌가 주 대상…‘지나친 잇속 챙기기’ 비판
씨티은행이 내년부터 소액 계좌에 대해 월 3천~5천원의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할 전망이다. 은행의 수익이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수수료 수입을 탐내 이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휴면계좌가 햇살론 등 서민금융의 ‘종잣돈’ 구실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이 자기 수익만 챙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내부적으로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을 결정해 오는 11월 관련 약관 개정 심사를 금감원에 신청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약관 신청을 준비해 다음달 제출할 예정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약관 심사에는 통상 보름 정도 걸리고, 수수료 도입은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부과 대상은 잔고 1천만원 이하이며, 수수료는 월 3천~5천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대상이나 수수료 수준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좌유지수수료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선 일정한 잔액 이하 계좌에 대해 월 5~10달러를 부과하는 등 일반화돼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에스시(SC)제일은행이 2001년 잔고가 월평균 10만원 미만일 경우 한달에 2천원씩 받았다가 고객들의 반발로 2004년 폐지한 바 있다.

국내에선 12년 만에 씨티은행이 이 제도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악화하는 수익성을 수수료 수입으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6억원에 비해 절반 이상(53.1%) 줄었다. 수익률 지표인 순이익마진(NIM) 역시 지난해 2.41%로 전년(2.73%) 대비 0.32%포인트 떨어졌다.

다른 은행들은 고심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에 찬성하지만, 국민들의 반대 정서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과거엔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을 고려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은행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국내 은행 계좌 2억2970만개(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1년 이상 활동이 없는 휴면계좌는 7730만개(33.6%)이며, 3년 이상은 5560만개(24.2%)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휴면계좌가 상당수에 이르러 계좌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대포통장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있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계좌유지수수료가 본격화되면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은행 등 금융권은 2~4년 거래가 없는 등 휴면계좌를 서민금융진흥원(옛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넘겨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을 지원하는 데 쓰도록 하고 있다. 2007년 ‘휴면예금법’을 만들어 휴면예금을 은행 수익이 아닌 공익 목적으로 쓰도록 한 것이다. 2008년부터 2015년 3월까지 출연금액이 총 87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계좌유지수수료가 도입되면 휴면예금에 들어있는 소액 예금이 은행 수익으로 바뀌게 된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이 매년 이익금 가운데 배당금이나 해외용역비 등으로 3천억여원을 미국 본사로 송금하는 상황에서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은 서민금융 지원까지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1.

15년 농심 연구원이 추천한 ‘라면 가장 맛있게 먹는 법’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2.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3.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4.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5.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