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신용회복 지원기관인 ‘국민행복기금’이 15년 이상 장기연체에 빠진 채무자의 부채를 최대 90%까지 탕감해주기로 했다. 2013년 출범한 이 기금은 현재 다중 채무자 등 283만명의 연체 채권을 사들여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10만명가량이 15년 이상 장기연체자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또 채무조정을 한 뒤 갚기로 약정한 금액의 60% 이상을 성실하게 변제한 사람에겐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발전심의회 금융소비자·서민분과 확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뼈대로 하는 채무조정·채권추심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현재 개인 채무자를 상대로 한 신용회복제도는 신용회복위원회와 금융회사, 법원이 운영하는 제도가 있다. 여기에 한시적으로 설립된 국민행복기금은 장기연체 채권을 1조3천억원 상당을 사들인 뒤 채무조정과 성실 상환 지원을 통해 채무자의 신용회복을 돕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개선 방안이 담겼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은 기초수급자 같은 취약계층에 속하지 않는 일반 채무자라도 연체 기간이 15년 이상인 경우 원금감면율을 현행 최대 60%에서 90%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는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70살 이상 고령층 등 취약계층에게만 이런 탕감 비율을 적용해왔다. 원금 90% 탕감 수혜 대상자는 10만명가량이지만, 채무조정 신청을 권유하려 해도 이런 장기 연체자는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 기금 쪽은 연간 1만명 정도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또 취약계층의 경우 금융기관이 아직 부실채권으로 처리하지 않은 일반채권이라도 원금을 최대 30%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그동안은 금융기관이 부실채권으로 처리한 상각채권만 원금 감면이 가능했다.
아울러 채무조정을 신청한 뒤 빚을 꼬박꼬박 갚는 사람에게 지원이 확대된다. 우선 ‘성실 상환자’ 여부를 평가하는 기간이 12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든다. 또 약정액의 60% 이상을 갚은 성실 상환자라면 연 8% 금리의 적금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해서, 자산형성을 돕기로 했다. 앞서 연 16%의 금리를 주던 ‘미소드림적금’ 상품의 금리 수준을 낮추는 대신에 가입 자격을 넓힌 것이다. 또 소액신용카드 사용 한도도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채무조정 약정금액의 75% 이상을 성실히 갚다가 사고로 일할 수 없거나 중병이 드는 등 불가피한 사유로 더는 갚기 어려운 경우 남은 빚을 아예 면제해주기로 했다.
이밖에 과도한 채권 추심을 막기 위해 채무자가 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회시스템(credit4u.or.kr)을 만들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채권추심 업무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150만원 이하 소액채무자, 임대 주택 거주자, 기초수급자, 65살 이상 고령자 등에 대해 빚을 안 갚았다고 티브이(TV)·냉장고 등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고 빚 독촉도 하루 2회로 제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런 개선안을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 중 개선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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