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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담보 충분해도 원금갚을 능력 따져 대출액 조정

등록 2015-07-22 20:02수정 2015-07-22 22:01

가계부채 대책

소득 증빙 자료로 상환능력 심사
기존에 빚 있으면 대출한도 줄여
대출시점부터 원금 나눠 갚도록
제2금융 담보인정 한도 50%로

경제충격 안주고 가계빚 억제
총량 줄일 직접조처 없어 아쉬움
정부가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은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꼼꼼히 따지고, 대출받은 시점부터 원금을 나눠 갚도록 해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저금리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 가계부채를 늘린 원인을 직접 손보지는 않고, 은행이 대출 관행을 개선하는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대출 규모를 줄이고 가계부채의 취약고리를 제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외국 금융회사에선 상식으로 자리잡은 ‘상환능력에 근거한 대출’과 ‘분할상환’ 방식을 정부가 뒤늦게나마 관행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은 건드리지 않은 채 구조 개선에만 집중한 이번 대책을 두고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해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빚 갚을 능력 꼼꼼히 따지고 원금은 처음부터 갚도록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 강화의 핵심은 담보가 충분하더라도 대출자의 소득이 빚을 갚을 수준이 안 된다면 원하는 만큼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외국에선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확인하지 않은 무리한 대출을 ‘약탈적 대출’이라고 규정해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도 담보 위주 대출 심사 관행을 상환능력 위주로 전환해 소득 수준에 맞는 대출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회사들은 내년부터는 소득금액증명원(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근로소득), 연금지급기관증명서(연금소득), 국민연금 납부액, 건강보험료 등 실제 소득을 정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증빙 소득 자료로 상환능력을 심사해야 한다. 또 주택담보대출 상환능력 심사 때 현재는 기존 부채의 이자 상환액만 고려했지만 내년부터는 원금 상환액까지 반영하도록 해, 기존에 빚이 있던 사람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주요 내용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주요 내용
정부는 또 대출받은 시점부터 원금을 나눠 갚아 나가는 관행을 정착시키도록 하기 위해 내년부터 은행권 자율로 ‘분할상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행하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 안을 보면, 주택 구입 자금용 장기대출이나 주택가격·소득 대비 금액이 큰 대출은 분할상환 방식으로 취급하도록 했다. 신규 대출 때 거치기간은 1년 이내로 줄이고, 기존 대출의 대출조건을 변경할 때도 분할상환으로 바꾸도록 했다. 다만 예외사항을 충분히 둬 주택자금 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변동금리 대출을 줄이기 위해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나중에 금리가 상승할 경우 예상되는 상환부담 증가를 고려해 대출 가능 규모를 정하는 것이어서, 고정금리 대출에 비해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상호금융권 등 제2금융권의 토지·상가 담보대출의 담보인정 최저 한도를 60%에서 50%로 낮춰 대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져도 집만 포기하면 상환 책임이 면제되는 유한책임대출(비소구대출)을 올해 12월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디딤돌대출 이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다.

■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가계부채 근본 해법으로는 부족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방안이 나온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출 총량 증가를 막는 직접적인 조처가 없는 점은 아쉽다.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만들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가계부채는 일자리가 부족해 발생하는 생계형 대출과 전세금이 올라서 생기는 부동산 대출로 나뉘는데, 이런 부분을 해결할 방안이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게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시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운데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 것 같다”며 “다만 가계부채 급증 속도와 양을 줄이려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디티아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상한선도 40%로 내리는 등 좀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할상환 관행 정착에 따른 단기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원금을 처음부터 갚아 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원금 상환 부담에 민간소비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헌 김정필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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