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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급식, 윤리학에서 정치경제학으로

등록 2015-04-19 20:09수정 2015-05-18 14:36

김공회의 경제산책
‘보편적 무상급식’을 끝내 철회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최근 ‘성완종 리스트’에도 올라 거액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두고 누리꾼들의 주옥같은 촌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참에 교도소 가서 콩밥 좀 드시오. 대신 돈은 당신이 내고”, “공짜 콩밥을 먹고 싶다면 먼저 가난을 증명하라”, “교도소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등등. 정말이지, 하나같이 ‘예술’이다. 이 엄혹한 시절은 우리 모두를 풍자시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풍자는 풍자고, 홍 지사가 아무리 미워도 교도소에서까지 ‘선별적 무상급식’이라니! 이것은 안 될 말이다. 아무리 교도소가 민영화되고, 거기 신자유주의적 이윤 논리가 끼어들고 있는 시대라지만, 교도소 급식마저 ‘선별적’으로 제공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즉 왜 교도소 ‘무상급식’은 그렇게 당연시되는데 학교에서는 이토록 논란이 될까?

이 문제는 교육의 사회적 의의, 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수준과 관련되어 있다. 먼저, 용어정리부터. 모든 급식엔 돈이 들기에, ‘무상급식’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이를 그 비용부담의 직접적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을 따름이다. 즉 학부모가 직접 내느냐, 국가가 공적으로 부담하느냐. 전자에서는 교육의 개인적 의의, 즉 자아실현과 신분상승이라는 의미가 강조되는 반면, 후자에서는 교육의 사회적 의의, 곧 경제와 사회의 재생산을 위한 후속세대의 양성이라는 의미가 부각된다.

이렇게 보면, 현재 학교급식을 둘러싼 논란은 경제적 재생산과 관련된 ‘계급구조’가 점차 굳어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편에선 ‘이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질 않아’라는 한탄을 낳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교육을 신분상승 사다리로 복원할 생각만 할 필요는 없다. 그 ‘개천’을 나의 삶의 터전으로 인정하고 이를 살 만한 곳으로 가꾸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급식의 비용부담 주체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주는가? 자본주의 경제란 소수의 자본가가 다수의 노동자를 고용해 이윤을 취하고, 나아가 자본 축적과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체제다. 자산을 가진 부자들은 위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이윤의 일부를 분배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교육, 특히 ‘의무교육’이란 정상적인 노동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고안된 필수적인 과정이며, 학생은 일종의 수습사원이나 마찬가지 존재다. 그렇다면 훈련 기간 동안 이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보편적으로’ 행해져야 할 일일 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비용 또한 자본가와 부자들이 내놓는 것이 마땅하다. 이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자들의 제1원칙, 즉 ‘수익자 부담 원칙’ 아닌가.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급식을 주로 ‘우리 아이’에게 밥 주는 문제로 보는 진보진영도 논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즉 그것은 나와는 어느 정도 별개인 ‘사회의 예비인력’ 양성에 필요한 과정이다. 이러한 ‘윤리학’에서 ‘정치경제학’으로의 전환이 사태를 좀더 밝혀줄 수도 있다.

김공회 정치경제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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