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결정 번복될 가능성 낮고
하반기 협의 재개돼도 합의 난망
노조와 견해차 커 올해 넘길 수도
비상체제 접고 조직 재정비 태세
하반기 협의 재개돼도 합의 난망
노조와 견해차 커 올해 넘길 수도
비상체제 접고 조직 재정비 태세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6월말까지 중단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온 이후, 하나금융지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 은행의 연내 통합이 물건너갔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그동안 조기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비상체제로 운영돼왔던 두 은행은 조직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던 합병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5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이 전날 하나·외환은행의 합병 절차를 중단시켜 달라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자, 하나금융지주는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조만간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한편, 노조와의 대화 재개를 통해 최대한 조기 합병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에선 하나금융지주의 조기 통합 논의가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나금융지주 쪽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이 낮은데다, 노조와의 견해차가 워낙 커 조기 통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합의문을 도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제한한 합병 절차 중단 시한인 6월말 이후 하나금융지주 쪽이 다시 합병 예비승인 신청서 제출을 강행한다고 해도 일러야 8~9월께 통합법인이 출범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2·17 노사정 합의’의 구속력을 인정한 만큼 금융당국이 노조 쪽의 반대를 무릅쓰고 쉽사리 승인을 내주기도 어려워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 쪽에서 지난달 19일 노조의 반대 속에 금융위에 합병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 사이의 대화는 지난달 26일 중단된 상태다. 하나금융지주 쪽에선 “조만간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를 재개해서 문제를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쪽에선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신뢰가 확인돼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며 금융위 앞 밤샘농성과 청와대 앞 1인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4월 통합법인 출범을 전제로 비상체제로 운영돼왔던 두 은행의 조직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조기 통합의 씨앗이 되겠다며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사퇴한 이후 하나은행이 김병호 부행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등 두 은행은 통합을 고려해 승진 등 임직원 인사를 최소화한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에 “(조기 통합이 무산된 만큼) 경영 안정성을 위해 6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새 행장 후보 3인을 압축한 뒤 다음주께 하나은행장 후보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선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이 법원의 결정으로 무산된 문제를 거론하며 “금융위가 노사 합의 없이 제출된 통합 예비인가 신청서를 처리하려다 또다시 권위를 실추하게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신 위원장은 “노사 합의가 예비신청을 하는 데 중요한 요건이 아님에도 (심사를) 미뤄가면서까지 협의를 계속 주문했다”며 “법원의 판결과 그간 제가 취한 태도가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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