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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지점은 줄어드는데 정규직은 왜 늘어날까

등록 2015-01-13 20:19수정 2015-01-14 09:20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사. 한겨레 자료 사진
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사. 한겨레 자료 사진
궁금증 ‘톡’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9월 말, 국내 17개 은행의 정규직 수는 9만8396명(은행 경영공시), 이들의 일터인 전국의 은행 지점 수는 6871개였다. 6년이 흐른 지난해 9월 말, 은행 정규직의 수는 11만5936명으로 1만7540명(17.8%)이나 늘어났다. 반면 은행 지점 수는 6983개로 거의 늘지 않았다. 게다가 케이비(KB)국민은행이 18개 지점을 폐쇄해 1162개인 지점수를 올해 안에 1144개로 줄이는 등 오히려 은행마다 지점 수를 축소하는 추세다. 수익성 악화 우려 속에 일자리는 줄고 ‘명예·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도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는데, 은행권의 정규직 수가 늘어난 까닭은 무엇일까?

“신입행원 채용과 퇴직 인원 수를 감안했을 때, 은행권 정규직이 1만여명이나 늘어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의 얘기다. 그런데도 은행권 정규직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그동안 은행원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각 은행의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데 따른 영향이 크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우리은행(3000여명)을 시작으로 국민은행이 지난해 4000여명을 정규직화하는 등 대부분의 은행들이 창구·사무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던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나, 외환,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이 아직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의 산별 협상 결과에 따라 이들 은행도 올해 안에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은행권이 이처럼 정규직화에 앞장서게 된 배경에는 2007년 3월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넘겨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하는 내용)이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반적인 제조업체들은 사내 하도급 등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피해가는 방법을 택했지만, ‘돈’을 다루는 업무의 성격상 은행들은 사내 하도급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위험 부담이 더 적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출 업무 등 몇몇 업무를 제외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정규직 전환을 쉽게 하는) 요인이 됐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무기계약직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은행권 안에서는 ‘고용의 질’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규직 전환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늘어 은행권 신규 채용이 줄어든다’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는 적어도 아직까진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엄살 섞인 우려로 보인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기존 정규직과 다른 직군 또는 직급이란 새로운 ‘칸막이’를 만들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이후 고용 보장과, 자녀학자금 지원 등 복지 측면에선 정규직 수준의 대우를 받게 됐다. 하지만 임금 수준은 기존 정규직의 60~70% 선이다. 또 국내 은행의 총비용 대비 인건비 비율은 8.22%(2013년 금융통계정보 기준)로, 미국(40.8%)이나 일본(28.3%)에 비해 매우 낮아, 인건비가 실적에 끼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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