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 압박성 발언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문제와 관련해, 노사 합의 없이도 통합 신청을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제윤 위원장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해 7월 이후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의 협상을 지켜봤지만 진전이 없어 유감이라며 “이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위원장은 노사 간 합의 없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도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은 노사 간 합의를 이룬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이라도 회사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신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노사 합의 없이도 금융위가 하나금융지주의 통합신청-승인 등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강력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모두 “계속 성실히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통합 절차 잠정 중단 여부 등을 놓고 양쪽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갈려 금융권에선 극적인 타결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위원장의 발언 이후 외환은행 노조 쪽에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지주에 ‘대화기구 발족 합의문’ 논의를 중단하고 곧바로 본협상에 들어갈 것을 공식 제안하는 등 대화를 계속하자는 뜻을 나타냈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신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금융위도 2·17 합의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사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한 차원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60일 이내인 3월13일까지 통합 여부와 통합 원칙, 인사 원칙 등에 관한 실질적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합의서를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하나금융지주 쪽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의 이런 제안을 “검토해보겠다”면서도 신 위원장의 발언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나금융지주 쪽에서는 이달 안에도 외환은행 노조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에 통합승인 신청서를 제출할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야당 쪽 국회의원들이 “노사 합의 없는 통합 신청에 부정적이던 신 위원장이 말을 뒤집었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한편, 참여연대를 비롯한 금융정의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외환·하나은행의 조기 합병 추진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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