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금회’ 멤버 내정설 논란일자
구색 맞추기 복수후보 지적
5일 심층면접 거쳐 최종 선정
구색 맞추기 복수후보 지적
5일 심층면접 거쳐 최종 선정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이광구 부행장을 포함한 3명이 2일 선정됐다.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서금회’(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인 이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복수 후보 선정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용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행장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던 이순우 현 행장은 ‘외압’ 의혹 속에 전날 갑자기 연임 도전 포기 의사를 밝혀 후보에서 제외됐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2차 회의를 열어 면접 대상 후보 3명을 선정했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 절차가 철저히 ‘밀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지다 보니 3명의 후보가 누구인지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 부행장 외에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승규 부행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한 간부는 “이광구, 김양진, 김승규 3명이 후보로 선정된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전 수석부행장과 김 부행장은 그동안 차기 행장 하마평에 비중있게 오르내리던 인물들이 아니어서, 이 부행장 내정설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행추위는 5일 3차 회의를 열어 세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최종 후보를 선정해 9일 열리는 임시 이사회에 추천할 예정이다. 차기 행장 후보는 30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이 부행장은 천안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 상업은행에 입행해 홍콩지점장과 경영기획본부 부행장 등을 지냈다. 애초 연임이 유력했던 이 행장을 꺾고 이 부행장이 급부상한 배경과 관련해선 서금회가 청와대와 금융당국을 움직였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에 따라 이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최종 선임되면 사조직의 금융권 인사 개입 논란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서금회는 올해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후보자 등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를 잇따라 배출했다. 이런 탓에 금융권에선 ‘4대 천왕’(이명박 정부 당시 이 대통령과 가까웠던 국민·우리·하나·산은 등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물러나니, 서금회가 득세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다.
서금회를 둘러싼 이런 뒷말과 논란 때문에 일각에선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면접까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데다, 여러 정황상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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