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온 이경재 케이비(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결국 사임했다.
이 의장은 20일 보도자료를 내어 “21일 윤종규 신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케이비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연이어 발생한 어려운 일들로 의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지만, 지주 이사회를 비롯한 그룹 임직원들의 도움으로 빠른 경영 정상화를 이룬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케이비 사태와 관련해 케이비금융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거부하자 금융위원회는 케이비금융의 엘아이지(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하지 않아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이 의장의 사임으로 다른 사외이사들도 사퇴나 내년 초 임기 만료 시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 등으로 금융당국과 얽힌 갈등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케이비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이날 사임한 이경재 의장을 비롯해 김영진, 황건호, 이종천, 고승의, 김영과 이사 등 6명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이 의장의 사임 등을 케이비금융 지배구조 개선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돌린다면 엘아이지손보 인수 승인이 앞당겨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1일 케이비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취임하는 윤종규 내정자는 조만간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만나 엘아이지손보 인수 승인에 대한 당국의 협조를 부탁할 예정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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