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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김미영 팀장’ 잡는 김미영 팀장!

등록 2014-10-06 20:13수정 2014-10-06 21:06

한국은행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대형 은행에 대한 검사로 잔뼈가 굵은 김미영 기획검사1팀장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8층에서 기획검사국 알림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한국은행을 거쳐 금융감독원에서 대형 은행에 대한 검사로 잔뼈가 굵은 김미영 기획검사1팀장이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8층에서 기획검사국 알림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경제와 사람] 금융감독원 기획검사1팀장 김미영 씨
“금융 검사는 일종의 ‘숨바꼭질’입니다. 그래서 ‘촉’이 좋은 여성에게 더 유리하죠.”

금융감독원의 김미영(47) 기획검사1팀장은 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검사역의 업무를 ‘숨바꼭질’로 표현했다. ‘덮으려는’ 금융회사와 ‘들추려는’ 검사역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 끝에 위법(위규) 행위를 밝혀낼 수 있다는 의미다. 남성에 견줘 눈치가 빠르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낼 줄 아는 여성들이 숨바꼭질에 더 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 7월 김 팀장은 한 시중은행의 영업지점에 대한 불시 점검에 나섰다. 직원들의 얼굴을 빠르게 ‘스캔’하던 그의 눈길이 유독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꽂혔다. “바로 다가가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에 일단 관찰을 좀더 합니다. 검사역이 너무 심각하게 접근하면 피검기관은 더 숨기려고 하거든요. ‘통장 등 중요 증서가 다 일치하냐’고 슬쩍 물었더니 ‘전부 일치한다’고 하는 겁니다. 한두개 정도 안 맞는다고 했으면 넘어갔을 텐데 다 맞는다고 하니까 의심이 더 커졌어요.” 곧이어 김 팀장은 객장 내부에 설치된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돌려보자고 했다. 직원들이 횡령 등에 악용될 수 있는 잉여 통장 10여개를 문서 파쇄기에 집어넣는 장면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김 팀장은 금감원 안에서 독보적인 ‘여성 칼잡이(검사역)’로 통한다. 2010년 한국에스시(SC)금융지주에 대한 종합검사에서 첫 여성 검사반장으로 활약한 데 이어 지난 5월부터는 금감원의 ‘중수부’격으로 신설된 기획검사국에서 일하고 있다. 대형 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는 물론이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개설, 세월호 사주 일가에 대한 부실 대출 등에 대한 검사가 그의 손길을 거쳤다.

2000년까지만 해도 금감원에 여성 검사역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은행 등 검사를 받는 피검기관에서 꺼린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검사역 자리를 내주지 않던 시절이다. 2001년에야 처음으로 김 팀장을 포함한 여성 3명이 검사역에 배치됐다. 현재도 검사(조사·감리 포함)를 담당하는 직원 619명 가운데 여성은 84명에 그친다. 미국의 금감원이라고 할 수 있는 통화감독청(OCC)은 임직원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들이 학연·지연에 덜 얽매여 검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데다, 피검기관 직원들로부터 답변을 끌어내는 의사소통 기술에서도 강점을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2009년에 225억원을 횡령한 신한은행 원주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어요. 여직원들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니까 남자 검사역들은 난처해서 질문 한번 제대로 못하더군요. 위압감을 주는 대신 상대방을 안정시킨 뒤 차근차근 위법 행위들을 찾아냈습니다.”

케이비(KB)금융 등에서 최근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 데 대해, 김 팀장은 “경영진이나 지점장의 관리가 느슨해질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횡령을 저지르는 은행원들은 곧 다시 채워넣는다는 생각으로 돈을 빼돌리는데, 아무리 촘촘하게 짜놓은 내부통제 시스템도 관리가 허술해지면 작동하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국민은행에서 직원들이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90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횡령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팀장은 “금고를 열 때도 바깥쪽 문과 안쪽 문의 열쇠를 서로 다른 직원이 갖고 있게 할 만큼 은행의 모든 시스템이 ‘더블체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안 지켜도 된다는 시그널(신호)이 일선 지점에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두 해 전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김 팀장은 난처한 일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다. ‘김미영 팀장입니다’로 시작하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대출사기에 등장하는 이름과 직함이 같은 탓이다. 김 팀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금융회사에 보낸 전자우편들이 모두 스팸 처리되는가 하면, 검사를 나가서 이름을 밝히면 ‘본명을 대라’고 하는 금융회사 직원들도 있었다. “지난해 ‘김미영 팀장’이라며 특정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한 대출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는데 아직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들으면 일단 놀라시죠. 그럴 때면 이렇게 제 소개를 합니다. ‘(대출사기범) 김미영 팀장 잡는 (금감원) 김미영 팀장’이라고요.(웃음)”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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