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지·취소’ 이유로 설계사 수당 1200억 돌려받아
흥국생명과 삼성화재 등 국내 26개 보험사가 작년 한해 동안 보험설계사들에게 수당으로 지급했던 돈 1200여억원을 ‘보험이 해지·취소됐다’는 등의 이유로 되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단순 고객 변심’ ‘민원’ 등으로 해지된 보험을 설계사들의 잘못으로 떠넘긴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사 약관에 불공정 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26개 보험사들은 지난해 고객의 보험 해지·취소 명목으로 보험설계사들에게 1218억원을 돌려받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금액은 실제로 환수받은 금액이 아닌, 약관상 받기로 돼 있는 환수대상금액에 불과해 실제로 설계사의 귀책사유 등을 판단하고 돌려받은 액수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돈을 돌려받은 근거는 설계사와 계약한 약관 때문이다. 약관에는 ‘보험 계약 조건 변경, 무효, 해지, 취소 때문에 수당 환수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이미 지급된 수당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2010년 이런 내용의 약관을 시정해 설계사들에게 수당을 돌려받지 않고 있으며 삼성생명도 수당 환수 조항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보험계약의 무효·취소 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한 수수료를 환수하도록 한 조항이 약관법상 불공정 약관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학용 의원은 “보험설계사의 잘못과 상관없이 무조건 수당을 환수하는 조항은 사실상 불공정 약관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보험사들의 지위 남용에 대한 실체가 드러난 만큼 신속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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