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의무 없는 자금보충약정
대기업들이 5조4190억원에 달하는 자금보충약정을 맺어, 계열사에 대해 편법적인 ‘빚 보증’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7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기업집단별 자금보충약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63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35개 집단 소속 86개 회사가 모두 586건, 21조8530억원 규모의 자금보충약정을 맺은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보충약정 규모가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은 5곳이었다. 에스케이(SK)가 2조178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2조1330억원), 효성(2조 550억원), 한진(2조430억원), 포스코(2조260억원) 순이었다.
특히 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은 80건으로 전체 금액의 23.4%인 5조1490억원을 차지했다. 이중 10대 대기업의 계열사 자금보충약정은 16건, 1조720억원인 데 비해, 10대 대기업 이하 기업에서는 64건, 4조770억원으로 규모가 더 컸다. 10대 대기업 이하에선 한진(5건, 2조430억원), 씨제이(4건, 4470억원), 대한전선(4건, 4060억원), 한화(7건, 1810억원) 순으로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 규모가 컸다.
자금보충약정은 자회사나 계열사가 금융회사의 채무 등을 갚을 능력이 없을 때, 약정 제공회사가 자금을 대신 지원해주는 것이다. ‘채무 보증’과 사실상 효과가 같지만 공시 의무가 없어, 상호 채무 보증이 금지된 대기업(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간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기식 의원은 “이를 규제하기 위한 공시의무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계열사에 대한 자금보충약정의 경우, 대부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관련돼 있었다. 피에프 대출과 관련된 자금보충약정 금액은 전체의 80.3%에 달하는 17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비계열사의 피에프 사업과 관련된 자금보충약정 금액은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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