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인하 말뿐이고 소액대출은 주요대상 한정
“저신용자 부채 더 늘리는 방식…부작용 키울것” 비판
“저신용자 부채 더 늘리는 방식…부작용 키울것” 비판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저소득·저신용자들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저신용자에 대한 10%대 소액 신용대출, 연체이자율 인하, 프리워크아웃 활성화, 최고금리 인하 등이다. 이는 단기자금 대출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자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가계에 은행을 구원투수로 동원한 것으로, 시한폭탄이 된 가계부채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이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지면서 다분히 생색내기용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저신용·저소득자의 부채를 더욱 늘리는 방식이라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10%대 소액대출 상품은 내놓겠다고 발표는 했지만 실제로는 매우 소극적”이라며 “저신용자 대출은 연체율만 높아지고 이익을 내는 시장이 아닌데도 금융당국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또 학력차별, 가산금리 책정의 불투명성, 양도성예금(CD)금리 담합의혹 사건 등으로 은행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급등한 것도 이런저런 서민 지원책을 내놓거나 자정선언을 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만큼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은행들의 10%대 소액신용대출은 신용 6등급 이상의 우량고객 가운데 대출 한도가 다 찼거나, 급전이 필요한 고객이 주 대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대출 한도가 차서 불가피하게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서민층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로 바꿔탈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며 “대부업 대출 10조 가운데 3조원 가량이 이런 유형의 대출”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실제 대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은 7등급 이하여서 서민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여전히 저신용자들은 외면 당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저신용·저소득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신용등급을 주요 판단기준으로 한 서민금융대책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런 사례는 은행의 최고금리 인하에서도 드러났다. 금감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은행에서 17~18%에 이르는 최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고객은 주로 연체경력이 있거나 기존대출에 연체이자를 가산해서 대환대출을 받은 고객들로, 시중은행 개인고객의 1%안팎이고 은행의 이자수익 감소액도 한해 15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금융 소비자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실질금리 인하와 같은 조처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당국이 시장원리에 의해 은행들이 서민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할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 것도 일회성 면피용 대책이 반복되는 이유로 꼽힌다. 금리단층 현상(중간지대인 10%대 금리의 대출 상품 부족), 서민금융 부재의 원인은 편리한 담보대출 위주의 여신관행이 가장 큰 원인이다. 담보대출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서민대출을 확대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대출을 늘려주는 방식의 미봉책보다 채무자들을 부채의 수렁에서 어떻게 구출할 것인지를 공론화할 단계라는 제언이 나온다.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채 증가는 단순히 만기 연장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부채문제를 금융기관의 건전성 등 채권자의 시각에서만 봐 왔다면 앞으로는 빚을 다 갚지 못할 경우 어떤 식으로 채무를 재조정할지 등 채무자의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심사하지 않은 금융권의 ‘묻지마식 대출’ 관행을 통제하고, 개인회생이나 파산에 따른 채무자의 가정파탄 등을 막을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정책화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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