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전보험사 시스템 구축 조처
지난 2009년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이아무개씨는 지난달 교통사고가 발생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보험금이 채권자에 의해 석달 전에 이미 압류돼 지급해줄 수 없다는 게 보험사의 설명이었다.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속 보험료를 납부해온 이씨는 결국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도 이와 비슷한 황당한 일을 겪었다. 2009년 화재보험에 가입한 김씨는 지난 3월 식당에 불이 나 보험사를 찾았지만, 1년 반 전에 보험금이 압류돼 해지환급금이 채권자에게 이미 지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1년이 넘도록 압류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보험사의 행위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앞으로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계속 내왔는데도 화재나 교통사고 등 보험사고가 발생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보험금 압류 사실을 알게 되는 억울함이나 불편함이 사라지게 된다. 고객의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이 압류될 경우 보험 계약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즉시 관련 사실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전체 보험회사가 구축하도록 금융감독원이 조처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압류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행위는 법률이나 보험약관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또 원칙적으로 보험사가 이런 사실을 통보할 의무도 없다. 그러나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민원 소지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로써 현재 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18개 보험사를 포함해 전 보험사가 압류사실 등을 고객에게 즉시 알려주게 된다. 이를 통보받은 보험계약자들은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거나 압류대상자가 수익자인 경우 수익자를 바꿀 수 있다. 또 보험계약자가 채무를 갚고 압류를 해제해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