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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불법사금융 피해구제, 도움 좀 받으셨나요?

등록 2012-05-06 21:34수정 2012-05-07 09:47

정부지원 받고 못받고 차이는
고금리 피해신고 2109건 중
저금리 갈아타기 혜택 3%뿐
연체 않고 소득 있어야 전환
사채 이용자는 지원 못받아

법정 한도 초과이자는 무효
금감원 “소송 지원방안 추진”

대부업체서 ‘연 48.5%’ 대출→‘연 10%’ 갈아타기 지원 받아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아무개씨는 학습지 회원모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월급 50만원으로는 생활을 이어가는 게 힘들었던 정씨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800여만원을 대출받았다. 저축은행 대출은 2007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채무조정을 받아 상환중이지만,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여전히 연 48.5%의 고금리로 빚을 갚아가는 중이다. 높은 이자에 쪼들리던 정씨는 최근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신고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바꿔드림론을 이용하게 됐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을 대신 갚아주고 정씨에게 해당 금액만큼 연이율 10% 조건으로 새 대출을 해줬다.

사채업체서 ‘연 360%’ 대출→법정 초과분 환급소송 지원만

#지방 재래시장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아무개씨는 사채업자로부터 200만원을 10일 동안 빌렸다. 선이자로 20만원을 떼고 연 360%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고금리 사채였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이자가 누적되면서 빚이 2억원까지 늘었다. 이씨는 “다수의 시장 상인들이 사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이번엔 반드시 박씨를 처벌해 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했다. 결국 사채업자 박씨는 미등록 대부업과 법정이자율 위반, 불법채권추심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이씨는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그동안 초과 지급한 이자에 대해 소송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은 서민금융 제도의 지원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고금리·대출사기·채권추심 등과 관련한 상담 전화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출사기는 사기가 이뤄진 즉시 인출되기 때문에 금융당국도 손을 쓸 방법이 없다. 또 대출사기범들은 타인명의의 대포통장을 사용해 입금을 유도하는 등 범죄가 지능적이어서 수사도 쉽지 않다.

그나마 직접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게 고금리 피해와 불법 채권추심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제약조건이 많아 한계가 있다. 지난 4일 현재 불법사금융센터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1만6573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금리 피해가 2109건으로 12.7%를 차지한다. 이 중에서도 바꿔드림론·햇살론 같은 저금리 서민금융제도로 갈아탈 수 있는 경우는 3% 안팎에 불과하다.

바꿔드림론은 대출을 받은 금융기관이 비제도권인 경우엔 이용할 수 없다. 즉, 이씨의 경우처럼 사채를 이용할 때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채무를 연체중이거나 소득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도 이용할 수 없다. 기존 채무를 6개월 이상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

햇살론 전환대출도 직업이나 소득이 없을 때는 이용할 수 없다. 또 현재 연체중인 채무가 있는 경우나 개인회생·파산자도 마찬가지다. 햇살론 전환대출은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의 생계·운영·창업자금 대출에 추가해 연이율 20% 이상의 고금리 채무상환 용도로 대출을 해준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서민들의 상황에 맞게 햇살론 지원 요건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당장 금융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경우에도 2차 상담을 통해 적합한 서민금융제도를 소개해줄 방침이다.

금감원은 서민금융지원 외에 대부업자나 사채업자가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채권 추심을 진행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상담과 법률적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금리(사채업자 30%, 대부업자 39%)를 초과하는 이자는 원인무효이기 때문에 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그래도 계속 이자를 내도록 협박할 경우 불법채권추심에 해당하므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미 법정 한도를 넘어선 이자를 지급한 경우엔 지급한 금액을 원금에서 차감할 수 있다. 이미 고금리의 채무를 모두 갚았다면 민사소송(부당이득 반환청구)을 제기해야만 돌려받을 수 있다.

금감원 쪽은 “생계에 바쁜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피해신고자들에 대한 법률지원 방안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소송지원 서비스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법률구조공단이 상담과 변호사 알선 등만 해주고 소송은 결국 피해자가 직접 제기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제기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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