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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보험사기로 한해 3조4000억 줄줄 샌다

등록 2012-04-24 21:20수정 2012-05-04 14:16

전체 보험 지급액의 12.4%
장기손해보험서 사기 급증
가구당 20만원 추가 부담
“심사 허술·도덕적 해이 탓”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정형외과 사무장 김아무개씨는 월급제 의사를 고용한 뒤, 가짜 환자 88명을 동원해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보험사로부터 1억4600여만원을 타냈다. 거짓 입원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의료비를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서울에 있는 렌트카 업체 22곳도 2008년 1월부터 3년여에 걸쳐 자동차 보험 사고 피해자의 렌트차 대여기간을 부풀리거나 렌트사실이 없는 데도 렌트비를 청구하는 방법으로 7억여원의 보험금을 받아내다 지난해 경찰에 적발됐다.

이처럼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고의 사고를 내거나 허위·과다 입원을 조장하는 ‘보험사기’로 한해 동안 새어 나가는 보험료가 3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면서 1가구당 20만원,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지난 2010년 현재 민영보험 부문에서 한해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금액을 추정해봤더니 3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같은해 지급한 보험금 총액(27조4000억원)의 12.4% 수준이다. 지난 2006년(2조2000억원)에 견줘서는 52.9%가 증가한 규모다. 보험사기를 없애면 국민 1명당 6만9000원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금감원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규모가 2006년(16조원)보다 크게 늘어난데다, 우체국·농협·수협 등 공제분야에서의 보험사기 규모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일부 보험사의 허술한 지급 심사와 보험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보험사기 증가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기 적발 건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적발금액은 4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금액기준)가 증가했다. 김수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단속 인력보강, 시스템 개발로 적발 실적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최근 들어 보험사기가 조직화 ·지능화되는 추세라 적발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험종류별로는 자동차보험이 2408억원으로 가장 많고, 장기손해보험(1029억원), 보장성생명보험(629억원) 차례였다. 특히 장기손해보험이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손해보험은 생명보험보다 보험료는 낮은 반면, 입원비는 입원 당일부터 지급되는 탓에 쉽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유형별로는 허위·과다 입원 등 허위사고가 70.5%로 가장 많았고, 가해자·피해자간 자동차 공모사고 등 고의 사고가 19.9%로 그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최근 보험설계사 및 의료기관 종사자가 연루된 사기가 증가함에 따라 이 분야의 기획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문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형사처벌 외 업무정지 등 행정조치가 병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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