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민금융 지원 제도가 있지만,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돈을 지원받으려면 어디로 가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서민금융 정책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김석동 위원장이 지난 19~20일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보겠다며 나선 ‘1박2일 지방투어’ 중 내린 진단이다. 참석자들 역시 한결같이 “홍보가 안 돼 어떤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아 헷갈린다. 지원 자격과 요건이 까다롭다. 대출한도가 적다” 같은 불만을 털어놨다.

금융감독원이 길라잡이용으로 발간한 안내 책자에 소개된 서민금융 지원 제도는 무려 40여가지에 이른다. 실제 수요자들이 지원 기준과 대상, 규모, 용도를 이해하고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다. 서민금융 지원제도는 크게 생활안정자금과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소액대출 사업, 고금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대환대출로 나눌 수 있다.

■ 소액대출 어떤 게 있나
저소득·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희망홀씨·미소금융·햇살론이 대표적이다. 새희망홀씨는 은행, 햇살론은 서민금융회사(농수협·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 미소금융은 미소금융재단이 각각 취급한다. 셋 모두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자로 하지만, 지원 자격과 용도·금리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새희망홀씨는 한해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경우 용도에 관계없이 대출받을 수 있다. 저신용자(5~10등급)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도 대상자가 된다. 대출 한도는 최대 2000만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희망홀씨의 금리는 은행별로 다르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여러 곳을 비교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은 생계비가 아닌 사업운영이나 창업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만 가능하다. 햇살론은 대출 대상자 범위와 대출 용도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저신용자(6~10등급)와 저소득 자영업자·농림어업인,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생계·창업 자금을 빌려준다. 다만, 제2금융권에서 취급하다 보니 금리(연 10%대)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미소금융(연 4.5%)이나 은행권 자금인 새희망홀씨보다 다소 높다.

이용자들의 주요 불만은 소득 증빙이 어렵고, 지원 금액이 적다는 것이다. 햇살론의 경우, 서민금융회사들이 업무량 가중 등을 이유로 취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개선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받고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조만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 저금리 대출로 바꾸기
최근 들어선 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서민들이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환승론(전환대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캠코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이 대표적이다. 대부업체나 제2금융권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지 6개월이 넘은 저신용자(6~10등급)에게 연 8.5~12.5%의 은행권 저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다.

바꿔드림론을 활용해 상환할 경우, 이자를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 햇살론을 취급하는 상호금융(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에서도 같은 성격의 ‘햇살론 대환대출’을 3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오는 5월부터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도 미소금융재단을 통해 연 6% 이하의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 세부 정보 더 필요하면
금감원과 캠코에서 각각 운영하는 ‘서민금융119서비스’(s119.fss.or.kr·위 사진)나 ‘새희망네트워크’누리집(www.hopenet.or.kr·아래)을 이용하면 일목요연한 비교와 함께 맞춤형 검색을 할 수 있다.

새희망네트워크 누리집의 ‘맞춤형 검색’을 통해 간단한 개인 정보와 소득 등을 입력하면 적합한 대출이 무엇인지를 일괄적으로 볼 수 있다. 본인의 신용등급 조회를 할 수 있으며, 채무조정과 취업, 창업, 복지지원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서민금융119 누리집 역시 다양한 서민금융 제도를 안내하고 있다. 자금 용도별 지원 제도와 함께 금리까지 소개한다. 금융기관 방문 없이 직접 본인에게 적합한 대출 상품을 안내·소개받고, 대출 신청까지 하려면 금감원 후원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이지론’(www.egloan.co.kr) 누리집을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경우, 금감원에서 운용하는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국번 없이 1332를 누른 뒤 3번 선택)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 된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UAE원전 때 받은 50만달러, 알고보니 MB 계좌로…
■ 박정희, ‘몸값’을 뜯어내 그 돈으로 장학금을 주다
■ 재산 싸움에 어머니 부의금까지 법대로?
■ 엄마를 조립했는데 어떻게 사용하지?
■ 낫 모양의 턱…‘마취 사냥꾼’의 왕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