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가맹점 2.05%→1.8%
대형할인점 수준으로 낮춰
기준은 ‘매출 2억미만’ 확대
여신협회 “추가 인하 불가”
자영업자 “원가 공개” 반발
대형할인점 수준으로 낮춰
기준은 ‘매출 2억미만’ 확대
여신협회 “추가 인하 불가”
자영업자 “원가 공개” 반발
신용카드사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떠밀려 일제히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고 적용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한카드는 17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현 2.05%에서 대형할인점 수준(1.6~1.8%)으로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내년부터는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이 적용되는 범위를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에서 2억원 미만으로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 경우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는 가맹점 비율이 43%에서 87%까지 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카드와 케이비(KB)국민카드도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현행 2.05%에서 1.8% 미만으로 낮추고 대상 기준을 2억원 미만으로 올려 잡았다. 국민카드는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의 기존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올해 안에 낮추고, 새로 확대된 가맹점에 대해선 전산 개발을 마무리하는 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롯데카드와 비씨(BC)카드, 현대카드, 하나에스케이(SK)카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기로 했다. 비씨카드는 이와 함께 이들 대상 가맹점의 체크카드 수수료율을 1.5%에서 1.0%로 인하할 계획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이번 조처로 특히 서민생활과 밀접한 세탁소·꽃집·미장원 등의 경우 혜택을 받는 사업자가 종전보다 3~7%포인트 늘어 90%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세청이 지난해 12월 분류한 ‘생활밀접 자영업자 수’로 따져보면, 새로 13만명이 추가돼 모두 8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됐다.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그동안 카드업계가 이들의 어려움을 소홀히 한 건 사실인 만큼 이번에 동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만큼 카드사의 순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 경제논리로만 따지면 추가 인하 여력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업계의 자발적 참여라기보다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력에 떠밀린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수수료 인하 요구가 이어지자 지난 13일 “가격을 직접 규제할 생각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카드사 스스로 공생 차원에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든 카드사가 동시에 수수료율을 내린 적은 없다”며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카드 수수료보다 경기 악화와 함께 카드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세금이 늘어난 탓인데 수수료가 타깃(목표)이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최승재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연매출 2억원이라 해도 하루 매출은 50만원 수준이다. 그 이상 되는 음식점 등은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적용받는다”며 “카드사들이 원가 구조를 공개해 차별적인 수수료 적용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 정도 내릴 여력이 있다는 건 거꾸로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각종 카드 수수료의 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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