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억 미만’ 중소가맹점 요구에 카드사 난색
‘높은 수수료’ 음식점들 18일 인하 촉구 결의대회
‘높은 수수료’ 음식점들 18일 인하 촉구 결의대회
“자꾸 내리라고 하니 내려야지 별수 있겠어?” 지난 14일 밤 전화로 연결된 신용카드업계 고위 임원의 목소리에선 한숨이 배어났다.
중소상인들의 아우성이 정치권과 금융감독 당국의 강력한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카드업계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업계 한 임원은 16일 “우리 자체적인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마련해 윗선에서 금융당국과 협의를 벌이는 중”이라며 “아직은 가변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카드업계에서 마련중인 인하 방안의 두 줄기는 연매출 1억2000만원 미만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고, 중소 가맹점 기준점을 높여 낮은 수수료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2.0~2.1% 수준이다. 이를 1.8~1.9% 수준까지 낮춘다는 데에는 업계 내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카드사별 2.2~2.6% 수준인 전체 수수료율 평균을 2.0%선으로 끌어내리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소 가맹점 범위를 어느 수준으로 넓힐지에 대해선 카드업계가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를 포괄하고 있는 여신금융협회의 김석중 상무는 “현재 중소 가맹점의 비중이 전체 206만 가맹점의 58% 수준인데, 기준점을 1억5000만원이나 2억원으로 높이면 이 비중이 각각 63%, 70%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대상이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카드업계로선 부담스러운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중소상인들은 카드 수수료율을 1.5% 수준으로 낮추고, 중소 가맹점의 범위를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해 카드업계 방안과는 큰 괴리를 보이고 있다. 대형 음식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최고 2.7~2.8%에 이른다. 전국 42만 식당 주인들의 단체인 한국음식업중앙회가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인성 여신금융협회 카드부장은 “골프장·주유소에는 낮은 수수료를 매기고 음식점에는 높게 매긴다고 비판하는데, ‘규모의 경제’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건당 결제금액이 골프장의 경우 100만원, 주유소는 8만~10만원인 데 비해 음식점은 1만원 이하도 많아 결제대행서비스(VAN)사에 지불하는 건당 150원의 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최승재 사무총장은 “남는 게 없다고 하지만, 국세 납부 때는 카드 수수료가 1.2%”라며 “신용카드사들이 원가가 얼마인지, 얼마를 남기는지, 업종별로 왜 그렇게 다른 수수료를 적용하는지에 대한 기초자료를 내놓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논란의 최종 귀착점은 ‘가맹점의 선택권’이다. 최승재 사무총장은 “궁극적으로는 결제금액을 현금으로 받을지 카드로 받을지 가맹점 쪽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처벌받도록 돼 있는 현행 법규 아래에선 수수료 협상 때 중소상인들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맹점의 선택권에 대해선 금융위원회 쪽도 “궁극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인정하고, 여신금융협회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문제는 카드 사용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저항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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