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유상증자 등 통해
올들어 60조 넘게 조달
올들어 60조 넘게 조달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쪽으로는 돈이 흐르지 않아 자금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6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18조원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한해 증가액 12조원보다 훨씬 더 큰 폭이다.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확보 움직임도 뚜렷하다. 올해 들어 7월까지 대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총액은 3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조원이나 늘었다. 이는 지난 한해 회사채 발행액(45조원)의 80%에 이르는 수준이다. 올해 1~7월 대기업의 유상증자는 4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6000억원)의 두배를 훨씬 넘는다. 회사채 발행, 증자, 기업공개를 포함한 대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은 올해 1~7월 41조원을 넘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급증했다.
대기업들이 올 들어 7~8월까지 은행 대출과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60조원 수준으로, 지난 한해 조달 규모인 64조원에 근접한다.
대기업들의 자금 매집은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신동화 기은경제연구소 금융경제팀장은 “자금흐름에 변화가 있었다면 금융권이 아니고 대기업 쪽의 태도 변화 때문일 것”이라며 “유동성 위기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불안해지면서 대기업들이 금리 상관없이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여기에 “올 상반기 경기 상승 국면이 이어지면서 대기업 쪽에서 설비자금 및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들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임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다. 8월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지난해말보다 15조원 늘어난 443조원에 이른다. 잔액 규모는 대기업의 4배에 이르는데도 올 들어 이뤄진 신규 조달은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아 중소기업 자금난을 반영하고 있다.
올해 1~7월 직접금융시장에서 중소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 줄었다. 중소기업의 유상증자는 올해 들어 6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해 지난해 1~7월 9400억원에 비해 급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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