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삭감된 초임 20%중 절반 우선인상 검토
은행원 이아무개씨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은행에 정식 발령을 받은 것은 2010년 1월. 노사 고통분담 차원에서 도입됐던 신입 직원 연봉 20% 삭감 조처의 첫 대상자였다. 이씨 소속 은행은 같은해 1월 봉급부터 삭감 방침을 적용했다.
이씨는 구체적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연봉이 1년 선배 기수에 견줘 700만~1000만원 적다고 말했다. 20% 삭감 이전 기준으로 은행권의 신입사원 초봉은 수당, 보너스 등을 합해 세전 기준 4000만원 안팎이다. 따라서 이씨처럼 삭감당한 이들의 연봉은 30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씨 같은 이른바 ‘6두품’(연봉 삭감 대상이 된 1~3년차 행원들의 처지를 빗댄 말) 은행원들은 전체적으로 5000명가량에 이른다.
이씨는 “지난해 1월 말에 월급명세서를 받을 때는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신입 행원 임금을 삭감한다는 방침을 알고 입행했기 때문이었다. 시일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길어야 입행하던 지난해 말을 넘기며 정상화될 것으로 봤는데, 여기까지 왔다”며 허탈해했다. 첫 월급받을 때와 달리 박탈감이 커지는 듯했다.
이씨보다 1년 앞서 입행한 같은 은행 선배는 “1년 밑이라 친하게 지내는데도 연봉 얘기는 잘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는 일이나 스펙(역량)에서 별 차이도 없는데 1000만원가량 더 받다보니, 조직 내 위화감 같은 게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2009년 말~2010년 초를 기점으로 은행권 선후배 사이에 깊게 파인 연봉의 골을 메울 수 있는 칼은 정부에 쥐어져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의 임금 상승에 관한 지침을 주면, 국책 은행은 물론 민간 시중은행도 이를 바탕으로 임금 협상에 나서는 게 현실이다. 은행권 사용자 쪽의 대표격인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정부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니 그걸 보고 하자는 게 사쪽 입장”이라고 밝힌 게 그 때문이다. 2009년부터 이뤄진 신입 직원 연봉 삭감 조처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입 행원의 연봉은 어떤 식으로든 곧 회복될 것으로 금융권에선 보고 있다. 신 회장도 “신입 직원 초임은 손질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이다. 기획재정부 쪽에서는 삭감된 것을 한꺼번에 올리지 않고 50%만 우선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연봉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청년 실업이 만연해 있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국면이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삭감된 은행원 연봉조차 높아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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