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4곳의 PB센터를 통해 본 ‘금융불안’ 한 달
금융시장 단기 급등락 원인
부동산 등 대안도 없어 ‘관망’
주가 반등불구 불안감 남아
일부 안전자산 이동 움직임
금융시장 단기 급등락 원인
부동산 등 대안도 없어 ‘관망’
주가 반등불구 불안감 남아
일부 안전자산 이동 움직임
“(고객들이) 놀라지 않아 (내가) 놀랐다.”
신한은행 압구정피비(PB)센터의 박관일 팀장은 “고객들이 동요할 줄 알았는데, ‘리먼 사태’ 때와는 달리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였다”는 말로 지난 한달 부자 고객들의 움직임을 전했다. 8월5일(현지시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뒤 국내외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했지만, 거액 자산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얘기다. 이 피비센터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들은 270명 수준이며, 1인당 평균 20억~3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고 은행 쪽은 밝혔다.
국민, 우리 등 다른 은행의 피비센터 쪽에서 감지된 부자 고객들의 동태도 비슷했다. 국민은행 방배피비센터의 박승호 팀장은 “2008년 위기 때와는 달리 차분한 관망세였다”고 했고, 우리은행 강남 피비센터의 박승안 부장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두고는 있지만, 당장 그 쪽으로 많이 옮기는 모습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위기 때와 다른 태도를 보인 이유로는 금융시장의 단기 급등락이 꼽혔다. 주가가 급속도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미처 대응할 여유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2008년 8~10월 금융시장이 크게 급락하기 전 1년 동안 계속 약세였다. 이번 경우엔 한달도 안되는 기간에 각 지역별 소버린(국가재정) 위기, 미 경기 둔화가 작용해 단기 급락했다. 과거 학습효과에 의해 안정된 측면도 있지만, 단기 급등락에 따라 대처하기 못한 사정이 있었다.” (국민 박승호 팀장)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골드클럽의 김창수 피비센터장도 “갑자기 급락하다보니 고객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박승안 부장은 여기에 “거액 자산가들은 빚내서 투자하는 게 아닌데다 지금은 또 저금리, 부동산 경기 침체로 다른 마땅한 운용처도 없다”고 덧붙였다.
변화 기미가 있긴 하다. 기업어음(CP)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한 돈을 거둬들이는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아도 수익률에 대한 욕심을 낮추고 안전 자산 쪽으로 미세하게나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은행 피비센터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신한 박관일 팀장은 “이번 (금융불안의) 경험을 통해 중간 중간 투자 자산을 정리해야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 25~30% 수익률을 보려다가 10% 미만 또는 마이너스 수익 상태에 빠져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20% 수준에 이르면 환매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 김창수 센터장은 “운용 자산을 많이 갖고 있는 이들일 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아 70~8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며 “비중을 조금씩 낮춰 정상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3년 동안 투자상품을 많이 늘려 놓은 상태”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1700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가 1800 후반까지 반등했지만, 부자 고객들 사이에도 불안감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 박승안 부장은 “전체 흐름에선 장밋빛으로 볼 수 없다”며 “(거액 고객들이) 지금까지는 높은 수익을 거두는 데 관심을 뒀다가 이제 안전자산에 돈을 비축해놓고 시장을 관망하는 방어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전체적으로 50%수준인 안전자산 비중을 60~70% 수준으로 높여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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