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금융당국, 월 증가율 0.6%이하 억제 행정지도에
농협·신한 등 일부 신규대출 중단 ‘의도적 시위’

등록 2011-08-28 20:24

아하 그렇구나 가계대출 총량 규제
0.6%. 지금 은행권에서는 이 수치를 둘러싼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계대출의 월별 증가율을 이 기준선 아래로 맞춰야 합니다. 예컨대 한 은행의 7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100조원이었다면, 8월 한달 증가액을 6000억원 안쪽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을 이사철인데다 추석을 앞둔 시기여서 대출 억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 기준선 0.6%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은행권 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금융위 쪽은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가팔라 걱정”이라며 “명목 경제성장률(연간 7%) 수준을 넘어서면 곤란하지 않겠느냐”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때 제시된 수치 연간 7%를 월별로 나눈 0.6%가 대출 증가액을 규제하는 잣대로 굳어져 있습니다. 제도적 장치는 아니고, 구두지침의 형식을 띤 ‘가계대출 총량 규제’인 것이지요.

구두지침이라는 다소 낡은 행정지도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보니, 말썽이 적지 않습니다. 농협을 비롯한 일부 은행들은 한때 신규대출 취급을 아예 중단함으로써 고객들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이를 두고 금융 당국의 메시지를 과잉 해석해 잘못 대응했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노회한 은행권의 의도적 저항 행위였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회동 당시 제시된 금융 당국의 지침이 알아듣기 어려운 암호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대출 중단 소동 뒤 금융 당국이 맹비난을 받았으니 의도적 시위였다면 은행권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은행권 대표 격인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이 “(0.6%가) 만고강산의 진리인가”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게 은행권의 반발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금융 당국은 애초 행정지도가 아닌 제도적 장치로 가계대출의 총량을 규제하려는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지난 6월29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4~5월에 대출의 총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란 얘기가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결국 최종 대책에는 총량 규제가 빠졌습니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쪽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금융시장에서는 풀이하고 있습니다. 총량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금융위 쪽에서조차 ‘거칠고 원시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만큼 이른바 시장친화적 방안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금융 당국은 총량 규제를 제도화하지는 않았지만, 6·29 대책 발표문에 불씨를 살려놓았습니다. 당시 정부 발표문 뒷부분에 ‘가계대출이 적정수준(예: 직전 5년간 경상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일정부분(예: 10~50%)을 준비금의 형태로 적립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사항으로 삽입했습니다. 간접적인 총량 규제인 것이지요. 이 불씨가 두달 뒤인 8월 중순에 행정지도를 통한 사실상의 총량 규제로 발화한 것입니다. 금융 당국 내부에서는 행정지도에서 나아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총량을 규제하려는 방안을 지금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