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총량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높은 수위에 이른 가계부채가 줄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원회 당국자는 22일 “가계대출의 증가 속도가 조절되지 않으면 ‘간접적’ 총량 규제 카드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의 총량을 설정하는 직접 통제 대신 특정 항목의 대출을 자기자본에 견줘 일정 비율 이하로 묶거나, 주택담보대출의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계빚의 증가 속도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시중은행들에 구두지침을 통해 가계대출의 월별 증가율을 전월 말 대비 0.6%(연간 경상 경제성장률 7%) 수준으로 제한하는 낮은 단계의 총량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새로 추진중인 방안은 행정지도를 넘어 자산운용 관련 규정에 손을 대는 2단계 총량 규제로 여겨진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는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대책’ 발표에 앞서 검토되다가 최종 방안에서는 빠졌다.
시중은행들이 지난 주말부터 신규 가계대출 중단, 기존 대출 상환 독촉, 우대금리 축소에 나서면서 대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설 경우 신규 대출 창구가 얼어붙고 시중금리가 오르는 등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당국자는 “통화당국(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대출을 통제해야 하는데, 금융감독 당국이 행정지도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려고 하니 잡음이 나오고 있다”며 “그렇다고 가계부채의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정말 큰 위험에 빠진다”고 말했다. 행정지도나 간접적인 대출 규제 같은 금융위 차원의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는 총량 규제에 대해 “원시적인 방법이라 고민스럽지만, 효과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영배 정세라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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