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노무라증권 겨냥한듯
단기외채비중 감소 등 들며 반박
단기외채비중 감소 등 들며 반박
금융 당국이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혹평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경고음을 냈다. 부정적인 보고서로 경제 사정을 실제보다 깎아내려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취지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뒤 외국계와 한국 정부 사이의 공방을 돌이켜보는 듯한 모습이며,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에스앤피(S&P)에 대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비난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간담회에서 “일부 외국계 증권사에서 객관적 기준이 아닌 자의적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 악화 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대외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앞으로 보고서 등을 발표할 때는 ‘유의’해 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권 원장이 외국계 회사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들지는 않았어도 금융시장에선 누구나 미국계 모건스탠리와 일본계 노무라증권을 그 대상으로 꼽는다. 두 회사는 이달 초 한국이 위기 대응 능력 면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일 ‘아시아 신용전략’ 보고서에서 “중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8개국 중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이 최하위”라고 밝혔다. 노무라증권도 유럽 재정위기로 아시아 8개국 가운데 한국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은 바 있다. 유럽계 자금이 많이 들어와 있어 위험에 제일 크게 노출돼 있다는 게 이유였다.
권 원장은 이런 비관론을 반박하면서 금융부문 형편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시계열 자료를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한국의 총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이 2007년 말 48%에서 올해 3월 말 38% 수준으로 감소했고, 은행권의 건전성 잣대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높아졌다는 식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어느 나라보다 높고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 역시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의 한 투자분석 전문가는 “선수(정책 당국 또는 한국 경제)가 잘하는지 못하는지 외국계 금융회사도 평가하고 해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감원의 과민반응이랄 수 있다”면서도 “외국계가 균형을 맞춘 사실 분석에서 벗어나 자극적인 리포트(보고서)로 비즈니스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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