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자금 싼값 조달 ‘악용’ 차단
한은 “국외용 아닐땐 매각해야”
한은 “국외용 아닐땐 매각해야”
앞으로 원화로 환전해 사용할 목적으로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일명 김치본드)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가 제한된다. 국내 기업들이 원화자금을 보다 싼 값에 조달하기 위해 외화표시 채권을 편법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고, 단기 외채가 증가하는 것도 차단하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9일 “외환 공동검사 결과 김치본드가 외화대출 용도제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오는 25일부터 원화용도 김치본드에 대한 외국환업무 취급기관의 투자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들 기관이 김치본드에 투자하려면 발행 자금의 사용목적을 확인해야 하고, 발행자금이 국외 투자 목적이 아닌 용도로 사용될 경우 해당 채권을 바로 매각해야 한다. 다만 시행일 이전 투자분에 대해선 만기가 돌아올 때까지 보유할 수 있게 했다.
김치본드는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이 국내에서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그러나 한은은 국내기업이 발행하는 김치본드의 70% 안팎이 국내에서 외화를 조달한 뒤, 이를 원화로 바꿔 시설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발행 형식도 무늬만 공모일 뿐 발행계획 수립 때부터 발행기업과 투자기관이 사전에 협의해 실질적으로는 사모로 발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금리를 낮추면서 외화표시 채권금리가 원화표시 채권금리보다 크게 낮아진 걸 활용한 것이다. 원화자금이 필요한 기업으로선 원화로 직접 차입하는 것보다 외화를 빌려 이를 원화로 바꿔 사용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치본드는 올 1~4월 중 신규 발행이 크게 늘면서 4월 말엔 지난해 말보다 30억달러 가량 증가한 178억4000만달러에 이르렀지만, 이후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5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됐다.
김한수 한은 국제총괄팀장은 “김치본드 발행 자체를 규제하는 건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이번 투자 제한 조처만으로도 채권 발행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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