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결합 부스’ 설치키로
‘미운오리새끼’ 공중전화가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공중전화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공중전화사업자인 케이티링커스는 올해 들어서만도 6000대의 공중전화를 철거했다. 이젠 전국에 8만3000여대만이 남았다. 사용량도 매년 20%씩 급감해왔다.
수익모델을 고민하던 케이티링커스는 외국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영국에서는 이미 브리티시텔레콤과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이 합작해 ‘공중전화+현금자동인출기’ 부스를 만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에이엠지(AMZ)은행과 뉴질랜드 티에스비(TSB)은행도 비슷한 길거리점포를 운영중이다.
케이티링커스는 올해 초부터 여러 시중은행에 공중전화+현금자동인출기 부스(사진) 사업을 제안했다. 이중 기업은행에서 반응을 보였다. 기업은행은 지점 수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적어 마침 개인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싶어 하던 차였다. 기업은행은 2달 만에 사업성 검토를 끝내고 지난 24일 케이티링커스와 계약을 맺었다.
기업은행은 케이티링커스로부터 수도권과 6대 광역시의 목 좋은 공중전화부스 5000곳을 추천받아, 그중 유동인구가 많고 기존 지점과 겹치지 않는 곳에 1000개 정도의 부스를 만들 계획이다. 아직 지자체의 허가가 나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 8월 서울 중심부에 1호점을 내고, 올해 안에 20개를 만들 방침이다. 케이티링커스는 기업은행으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설치비용이 개당 1000만원정도 되는 부스는 사업자를 모집해서 만들 생각이다.
문제는 보안이다. 길가에 덩그러니 서 있는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절도범의 표적이 될 수 있는 탓이다. 기업은행 미래전략실 백창열 팀장은 “강화유리로 벽을 만들고, 경비업체에서 순찰을 강화하면 보안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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