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추이
금리·물가 변동요인 커
가계부채 부실화 부담
가계부채 부실화 부담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시한을 다시 연장할 경우, 가뜩이나 부실 위험을 안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급증세에 있는 주택담보대출에 불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현재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전달에 견줘 4조9000억원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 논란이 거셌던 2006년 11월(증가액 5조100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379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가계대출 규모는 특히 지난해 디티아이의 한시적 해제를 뼈대로 한 ‘8·29 부동산 대책’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증가액은 지난해 3월 증가액(3조원)에 견줘 9개월 만에 63%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올해 중점 과제로 정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위해 디티아이 규제를 계속 풀어놓는다면, 금융규제를 통해 부채를 조절하는 정책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에 디티아이를 부활하지 않으면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달라진다”며 “집값 상승과 규제 철폐의 신호로 받아들여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올해는 물가 급등세로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대책을 위해 금융정책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은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가 추가적으로 급증하지 않도록 디티아이와 담보인정비율(LTV) 등을 통한 안정적이고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 역시 디티아이 완화 연장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구조 개선과 가계 채무상환능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해 오는 3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경상 성장률을 넘지 않도록 ‘총량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와중에 디티아이 완화 연장을 추진할 경우, 대출을 부추기면서 동시에 빚을 억제하겠다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위 쪽은 일단 “2월까지 상황을 지켜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빚을 내라고 권유하는 꼴”이라며 “지난해 한시적 해제 방침을 정했을 땐 부동산 거래가 워낙 없어서 ‘극약처방’을 내린 것인데 지금이 그때와 같은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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