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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한은 금리인상’ 압박요인 되나

등록 2005-06-27 19:02


미 연준 금리 0.25%P 인상 전망

오는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정책금리를 인상하면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3.25%로 같아진다. 하반기에는 미국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미국으로 자본 유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부동산값 급등 문제와 맞물려 국내의 정책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금융시장의 대체적 분석이지만,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국내 적정 금리 수준 논쟁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급등 맞물려 논쟁 부를듯
자본유출 가능성 두곤 의견 갈려

한-미 정책금리 역전된다?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27일 미국 연준이 오는 29~30일 열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연준이 금리를 또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며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월가의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최근 공개된 미 연준의 경기분석 보고서(베이지북)도 “5월 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0.4% 증가하는 등 미국 경제는 견실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혀 금리인상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이번 금리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형기 대우증권 연구원(채권담당)은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거의 이견이 없다”며 “다만 그 뒤에 추가로 얼마나 더 올리지에 대해서만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지난해 6월 이후 9번째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가 된다. 우리나라의 콜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7개월째 3.25%로 동결된 상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정책금리는 똑같아지고, 미국이 하반기에 추가로 인상하고 우리는 동결하면 금리가 역전된다. 2001년 4월 이후 4년여 우리나라 정책금리는 미국보다 더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자본유출 우려”, “아직은 기우다” =자본은 수익률이 높은 곳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인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국내 돈이든, 외국인 돈이든 미국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금리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진 채권시장의 경우 외국인이나 국내 기관들이 미국 국채로 투자처를 옮길 유인이 생기게 된다. 현재는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몰려있는 국내 개인자금도 상황에 따라서는 눈을 국외로 돌리게 될 수도 있다. 엘지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외 금리 역전현상을 경험했던 나라들을 살펴본 결과 공통적으로 내국인들의 국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독일은 1994년 국내외 금리가 연전된 이후 8년 동안 국외 금융자산 투자액이 그 전에 비해 4배로 늘어났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특히 국내 시중자금의 단기화가 심화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투자처로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본유출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것이 국내 금융시장과 당국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일단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투자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시중금리는 여전히 한국이 더 높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24일 현재 3년물이 3.61%, 5년물이 3.69%, 10년물이 3.92%다. 만기가 같은 국내 국채 금리는 각각 3.86%, 4.07%, 4.60%로 모두 미국보다 더 높다.

여기에 국내자금이 미국으로 나가는데는 환율변동에 대한 헤지비용이 필요하다. 밖으로 나가서 얻는 수익률이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헤지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을 수 있다. 한 투신운용사의 채권매니저는 “정상적인 기관투자가라면 이 정도 금리 역전 가지고는 나갈 수가 없다”며 “환율 헤지 비용을 빼고도 수익을 남기려면 1% 이상 벌어져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금리는 미국이 더 낮은데다, 환율헤지 비용까지 생각하면 장기투자자금이 나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동산 문제 맞물려 금리인상 압박 높아질 듯 =하지만 한-미 금리 차이가 계속 벌어진다면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미국이 4% 이상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하기는 어렵다는 점, 국내 콜금리도 연말께는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미 금리 차가 계속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미 금리 역전’이라는 현상은 ‘최근 부동산값 급등의 주범이 저금리’라는 시각과 맞물려 한은에 금리 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한-미 금리 역전 그 자체는 별로 큰 영향이 없는데, 이에 따른 여론 때문에 금융당국이 금리인상 부담을 느낄수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래저래 저금리 기조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드세지고 있다.

안선희 김성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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