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서비스, 부자만 받는 것 아닙니다.” 저금리와 노령화 영향으로 중산층 사이에서도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객에게 종합적인 자산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부터 전 지점에서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하나파워플랜’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PB지점에서만 하던 펀드판매도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하나파워플랜’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각 성향에 맞게 금융상품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사후 수익률 관리까지 해주는 자산관리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성향이 ‘보수형’으로 분류되면 예금 등 저위험 자산에 80%, 혼합형 펀드같은 중위험 자산에 20%를 투자하라는 자산배분방식과 그에 맞는 상품들을 추천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영향으로 고객들이 예금에서 투자상품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금융시장도 단순한 예금 판매에서 자산관리시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최근 대한투자증권과 대한투신운용을 인수한 것도 자산관리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금융권, 일반고객용 PB서비스 잰걸음
연소득 5천만원이하 재무컨설팅 인기
저금리 · 고령화 영향…미 90년대 닮아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은행만이 아니다. 삼성증권도 최근 새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브랜드인 ‘에프앤아너스클럽’ 서비스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4개의 PB전문지점에서만 제공하던 PB서비스를 85개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에프앤아너스클럽’ 역시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적합한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서비스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745명의 영업직원을 모두 PB(프라이빗뱅커)로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이 교육은 금융, 세무, 부동산 등 자산관리컨설팅에 필요한 모두 지식을 망라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단순히 주식거래 수수료만 받아서는 증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자산관리서비스는 펀드 판매에서 나오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꾸준히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평생고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중소 개인재무컨설팅업체들도 몇년 사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재무컨설팅업체를 표방하고 활동하는 업체들은 에셋마스터, 피엔브이(PNV)금융컨설턴트, 케이리치, 팸코, 포도에셋 등 10여개에 이른다. 이런 업체들은 고객의 50% 정도가 연소득 3천만원~5천만원의 중산층이다.
이런 흐름은 1990년대 미국에서 저금리 기조로 펀드 시장과 자산관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최근 저금리가 심화되고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자산운용과 투자상품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요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중산층을 겨냥한 자산관리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