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 비교
은행 대출금리 연 6%대…근저당 설정도 안해
카드·캐피탈업체, 저금리 특판상품으로 ‘맞불’
카드·캐피탈업체, 저금리 특판상품으로 ‘맞불’
카드사에 이어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자동차 할부금융(오토론)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강자인 할부금융사와의 ‘삼각 경쟁’이 뜨겁다.
은행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낮은 금리다. 올 들어 은행권이 시판중인 오토론 상품의 할부 금리는 연 6%대다. 할부금융 업체(캐피털사)의 경우, 취급 수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평균 금리가 연 10%를 훌쩍 넘어간다. 은행들은 대출 때 자동차에 근저당 설정을 하지 않는 것도 장점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은행권 오토론의 초기 성적표는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월 출시한 상품을 지금까지 373억원어치(5월20일 기준)를 팔았을 뿐, 지난 4월 판매를 개시한 우리은행의 취급액은 10억원 미만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연간 13조원, 매달 1조원에 이르는 전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 규모에 견주면 아직은 미미한 수치다.
은행권 오토론의 초기 부진은 자동차 시장의 고착화된 판매 구조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차 시장은 고객들이 대리점에서 할부금융사와 연계한 상품을 일괄구매하는 게 오랜 관행인데, 은행의 오토론은 직접 지점 창구를 찾아가 따로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할부금융사들이 대리점에 리베이트를 주고 독점적인 연계 상품을 파는 독특한 시장 구조 때문에 애로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사들은 저금리 특판상품을 내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경우, 차종에 따라 연 5~7%대 상품을 팔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특판금리 대상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주요 차종의 7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캐피털 업체들은 원리금 분할상환이 대부분인 은행과 카드사와 달리 상환 방식을 정액식·거치식·자유상환식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운다. 카드사들은 카드 포인트 캐시백, 마일리지 적립 등 부가 서비스가 강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3년 상환 기준 대출금리가 연 8~10%대이지만, 캐시백을 따지면 7%대까지 낮아진다”고 말했다.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 이자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은행권 오토론은 초기 출시 때만 해도 연 7%대였지만 지금은 6%대로 낮아졌다. 우대금리 대상 확대와 캐시백 등 각종 부대 서비스도 강화되고 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우리는 오랫동안 신차 할부 리스크 관리를 해왔지만 은행권은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은행들이 2000년대 초반에도 오토론을 출시했지만 고객들의 외면으로 실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저금리에 수수료 부담이 없고 근저당 설정도 하지 않는 비교 우위가 서서히 시장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대출 대상을 신용등급 5등급 이하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은행 관계자는 “시장 진입 초기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한 측면이 있지만 성장성 있는 시장으로 보고 판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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