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카드를 잡아라” 엘지카드를 향한 은행들의 구애가 뜨겁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였던 엘지카드가 ‘백조’로 변신했다. 은행들은 엘지카드의 짭잘한 수익성과 방대한 회원 정보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은행들 “사랑해요 엘지카드”=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 엘지카드는 현재 시중은행 ‘빅4’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신한, 우리, 하나은행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최근 “카드와 보험 자산운용부문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엘지카드에 관심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에 앞서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도 “엘지카드를 인수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입찰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고, 김종열 하나은행장도 “카드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엘지카드 인수전에 나설 의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농협 · 한국씨티도 관심 농협과 한국씨티은행도 엘지카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3년 말 엘지카드 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에 한 곳도 접수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회원정보 가치에 군침=엘지카드의 매력은 무엇보다 방대한 회원 정보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엘지카드의 돈도 돈이지만 정보가 더 중요하다”며 “카드사 회원 정보의 이용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엘지카드는 현재 9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카드업계 2위 회사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 모두 카드사가 있지만 실질회원수가 200만~300만명에 그치고 있다. 만약 이들 중 한 군데가 엘지카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서면서 1천만명이 넘는 고객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교차판매’ 유용한 자료 카드는 개인이 돈을 쓰는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신용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은행들의 최대 화두인 ‘교차판매’에 유용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 교차판매는 한 고객에게 예금같은 은행상품뿐 아니라 펀드, 보험 등 비은행상품까지 여러 개를 한꺼번에 파는 것이다. 교차판매에는 시아르엠(CRM=고객관계관리·고객 자료를 분석 통합해 고객 특성에 맞는 마케팅활동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이다. 부실턴 뒤 1분기 2900억 순익 각광 신한 · 우리 · 하나 등 인수뜻 줄이어
950만명 회원정보 다각활용 군침 채권단 매각가격 4조원대 점쳐져 고객 정보뿐 아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카드 사용 정보를 분석하면 최근 어떤 기업이 장사가 잘 되는지, 최근 경기가 불황으로 가는지, 호황으로 가는지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을 모두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을 지향하는 최근 금융업계 트렌드에서 카드사 확보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의 강점은 계열사들의 고객정보를 합쳐서 공동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라며 “카드사는 금융종합그룹의 중요한 축”이라고 말했다. 수익성도 짭짤= 직접적인 수익도 무시못할 수준이다. 엘지카드는 지난해까지 부실정리와 구조조정을 마치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카드사 최대인 2918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자본잠식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20%를 육박하던 연체율도 11.15%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은 엘지카드가 올해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국내 카드사들이 2001년~2002년 마구잡이 카드 발급으로 부실의 구렁텅이에 빠지긴 했지만 관리만 제대로 될 경우 카드업은 ‘황금알 거위’라는 것이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용관리만 제대로 되면 카드업만큼 마진이 높은 사업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이자율은 20%가 넘는다. 신용판매에서 나오는 할부수수료도 연율로 계산하면 10%대 후반이다. 케이비(KB)카드를 거느리고 있는 국민은행을 보면 지난 1분기 비이자부문 이익 4215억 가운데 신용카드부분 수수료가 1980억원으로 50%에 육박한다. 특히 은행이 엘지카드를 인수할 경우 자본조달비용이 훨씬 내려가기 때문에 수익은 더 커질 것이다. 문제는 가격=문제는 가격과 인수능력이다. 엘지카드는 현재 인수합병 프리미엄으로 주가가 3만3850원, 시가총액이 4조2400억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채권단 소유 84%의 지분을 사려면 현 주가 기준으로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매각가격은 4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수가가 4조원을 넘어가면 차라리 카드사를 하나 차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4조원 정도면 인수할 만하다”며 “현재 은행들 능력으로는 자기 돈만으로 인수하기 어렵고 결국 펀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편당해야 할 것” 하지만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로서는 엘지카드 인수가 업계 순위를 바꿀 수 있을만큼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엘지카드 인수전은 은행들 사이에서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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