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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리인상 저지’ 노골적 움직임

등록 2010-01-07 21:14수정 2010-01-07 23:24

재정부 ‘열석발언권 행사’ 의미
한은 “금통위원 압박 의도” 반발
7일 기획재정부가 11년 만에 열석발언권을 행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쇼킹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 반대 입장은 알고 있었지만, 금리 인상을 막기 위해 이렇게까지 팔을 걷고 나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태도를 피력해왔다. 정부로서는 최대한 금리 인상을 늦춰야 경기부양 기조를 유지하고 성장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나서 “출구전략은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다. 한국은행 안팎에서 “이렇게 금리정책에 노골적으로 간섭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정부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동안 사실상 사문화됐던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열석발언권은 한은법에 규정돼 있는 법적 권한”이라며 “그동안 행사하지 않은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한은의 독립성이 공고해져, 이제 정부가 금통위에 참석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한은과 금융시장의 반응은 재정부 쪽 설명과 다르다. 한은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한은 관계자는 “재정부에서 금통위에 참석하겠다는 것은 현장에서 금통위원들을 감시감독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런 상황에서 누가 정부 생각에 어긋나게 발언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할 때 위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소신 있게 행동하라는 취지인데, 이런 원칙이 완전히 깨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에서도 ‘시장 자율성을 10년은 후퇴시킬 퇴행적 조처’ ‘관치금융의 절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 금통위가 정부의 이런 압력에도 과연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적정 시점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 하는 데로 쏠리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부가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그만큼 한은의 금리 인상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과 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는 것을 정부 쪽에서 감지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는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이상 금통위가 조기에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성태 총재의 의지는 분명할 수 있지만, 금통위원들 중에서는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김수헌 기자 shan@hani.co.kr

☞ 열석발언권

한국은행법 91조 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1998년 한은법 개정으로 금통위 의장이 재정부 장관에서 한은 총재로 바뀌자, 재정부 차관의 열석(列席)발언권을 신설했다. 그 이전에는 차관이 금통위에 단순히 참석만 할 수 있는 ‘열석권’이 있었다.

안선희 김수헌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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