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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대출 알아서 줄여라”…부동산대책 ‘은행 겁주기’만

등록 2009-08-11 20:21수정 2009-08-11 22:26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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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DTI 확대 등 추가조처 유보한채 감독강화만
은행 주택대출 수익 의존도 높아 엄포론 효과한계
최근 부동산 시장이 과열 조짐이 보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적용 등 좀더 실효성 있는 규제는 유보한 채, ‘알아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택대출)을 줄여라’며 은행들에 대한 압박만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독려’만으로 불붙은 대출 증가세와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 시장 성수기인 9월의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고 추가 대책을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 금융당국, “은행들, 알아서 대출 줄여라” 11일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주택대출을 많이 늘린 은행은 검사 등을 통해 대출 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담보인정비율(LTV)을 제대로 지켰는지 등을 철저히 따져 위반 사례가 적발되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대출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정부 방침과 엇나간 은행들에 대해서는 감독 권한을 활용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지난 10일부터 7대 시중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주택대출에 적극적인 외국계 은행장들을 직접 불러 경고하기도 했다.

감독당국은 지난달 6일 담보인정비율을 강화한 이후 은행들의 주택대출 증가세가 수그러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은행권의 주택대출 승인 잔액(향후 두달 안에 대출 예정인 액수)은 5월 말 3조원에서 7월7일 3조9000억원까지 늘었다가 7월 말 3조2000억원으로 조금 줄었다. 은행들도 대출심사 강화나 금리 인상 등의 조처를 취하며 대출 축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은 이달 들어 모기지신용보험 연계 주택대출을 중단해 대출 한도액을 줄였다. 농협은 지난달 말부터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를 전면 폐지했으며, 외환은행도 저신용등급 대출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

하지만 7~8월은 원래 부동산 시장 비수기라는 점에서 이런 대출 감소세가 추세적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또 일부 은행들은 주택대출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감독 당국의 ‘엄포’에도 대출 영업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점도 한계다.

■ DTI 확대 등 본격 대책은 ‘아직’ 은행 압박만 계속할 뿐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 확대 적용, 담보인정비율 추가 하향조정 등 좀더 강력한 수단은 여전히 주머니 속에서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에 일부 이상 징후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정상화를 향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며 “현 단계에서는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최근 자산시장 과열의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금리’ 기조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6개월째 동결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감을 강하게 표시했지만, 통화정책에 당장 어떤 변화를 줄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런 정부와 한은의 태도는 정책 당국자들의 인식에 ‘부동산 시장 과열을 식히려다 자칫 전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양도세·재산세 강화 등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 인상도 ‘감세’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나기 때문에 꺼내 들기 힘든 카드다.

추경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실하다”며 “단지 지난달 담보인정비율 관련 대책이 나온 지 한달밖에 안 됐고 최근 부동산 시장 상승세도 주춤한 만큼, 다음 대책은 좀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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