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규모별 펀드 수
환매 증가로 펀드 20%가 설정액 10억 밑돌아
“정상적 운용 불가능해…투자자 피해 우려”
“정상적 운용 불가능해…투자자 피해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와 증시 폭락 등으로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자투리 펀드’가 계속 늘고 있다. 전체 펀드의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설정액 10억원 미만 펀드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자투리 펀드는 사실상 펀드 운용이 어려워,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15일 자산운용협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 11일 현재 전체 펀드 9798개 가운데 설정액이 10억원 미만인 펀드는 20.47%인 2006개로 나타났다. 펀드 5개 가운데 1개가 자투리 펀드인 셈이다. 자투리 펀드는 2005년 말 전체 펀드의 22%에 이르렀다가 소규모 펀드 통폐합 및 자금 유입으로 2006년 말과 2007년 말 17%대를 유지하다 올 여름부터 다시 늘어 지난달 20%대를 넘어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체 펀드의 수는 지난 6월 1만개를 넘어 8월 말 1만370개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설정액 10억원~100억원인 펀드도 지난 8월 말 4507개에서 지난 11일 4252개로, 100억원~500억원 펀드도 2937개에서 2584개로 줄고 있지만, 설정액 10억원 미만인 펀드만 1862개에서 2006개로 계속 늘어났다. 10억원 미만 펀드의 경우에만 설정잔액이 8월 말 5974억원에서 지난 11일 6808억원으로 늘었을 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원자재 펀드 등을 제외한 증권형 펀드(주식형·혼합형·채권형)만 살펴보면, 5385개 가운데 25.1%인 1352개가 설정액 10억원 미만으로 나타났다. 증권형 펀드 4개 가운데 1개가 자투리 펀드라는 것이다.
자투리 펀드의 증가는 수익률 악화에 따른 환매와 새로 시장에 나온 상품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이수진 애널리스트는 “가끔 나오는 새 상품이 설정된 지 얼마되지 않아 10억원 미만에 그치는 것보다는 기존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봐야 한다”며 “설정액이 10억원 미만으로 오래 유지되면 펀드를 정상적으로 운용한다고 할 수 없으며, 관리가 제대로 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수십~수백개의 펀드를 운용하는 쪽의 관심이 소액 펀드보다는 대규모 펀드에 쏠릴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펀드 평가 때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펀드를 대상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 배병수 이사는 “설정액이 10억원 미만인 펀드는 자산 구성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어, 수익률을 평가해도 의미가 없다”며 “적어도 주식형 펀드는 50억원 이상, 채권형 펀드는 100억원 이상이 돼야, 펀드 운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에 가입하거나 갈아탈 때는 수익률뿐만 아니라 규모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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