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재무부’ 부활 꿈꾸고
재정부는 ‘재경부’ 체제 바라고
재정부는 ‘재경부’ 체제 바라고
“옛날 경제기획원-재무부 체제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괜찮은 체제였다.”지난 13일 금융위원회의 한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국제금융(외환업무)과 세제, 국고관리 기능을 금융위로 가져오고 싶다는 뜻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유지됐던 기획원-재무부 체제는 부총리를 수장으로 한 기획원이 정책 기획·조정과 예산 기능을 가지고, 재무부는 세제·국고·국제·국내 금융정책을 맡았던 체제다.
금융정책 및 감독 체계 개편론이 정치권과 관련 부처들 사이에서 부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국제금융은 재정부, 국내금융은 금융위가 맡도록 이원화되고 경제부총리제가 폐지됨으로써, 금융위기에 효율적이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14일 ‘효율적 재정·금융정책 수립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공론화에 나섰다.
하지만 개편 방향에 대해 관련 부처와 해당 상임위 간에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금융위가 옛 재무부의 부활을 바라는 반면 재정부는 옛 재경부 또는 재경원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재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부처 간에 긴밀히 협조해서 해결할 문제지 부처 개편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국제금융을 금융위에 넘겨주는 게 아니라, 금융위의 국내금융까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와 정무위도 각각 담당 부처 입장을 두둔하는 모습이다.
현재 금융위-금융감독원으로 이원화된 금융감독 기능과 관련해서도 주장이 제각각이다. 민주당 쪽에서는 금융위의 금융감독 기능과 금감원을 합쳐 정부조직 하나로 금융감독청을 만들자는 안을 내놓았다. 금감원 쪽에서는 “정부조직화되면 정부 정책에 금융감독이 종속되게 되는 등 감독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말은 무성하지만 이해관계가 모두 다른데다 딱히 ‘총대’를 메고 나설 주체도 없어, 조직개편이 조만간 힘있게 추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금융위기가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불났는데 소방서 고치고 있을 때냐’는 비판이 나오는 점도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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