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안정·주주가치 상승’ 이유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자 재벌 일가와 기업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기업들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금위기설을 불식시키거나 경영권 안정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지난 7월15일~22일 신세계 주식 5만6500주를 모두 280억원에 사들여 지분을 16.18%에서 16.48%로 늘렸다. 이 회장은 지난해 7월에도 지분을 0.85% 늘린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 회장의 자사주 매입 시기는 신세계 주식이 하락세를 보인 시점이었고 주식 매입 뒤 주가는 크게 올랐다.
에스케이그룹의 신헌철 에스케이에너지 부회장과 박영호 에스케이㈜ 사장은 올해 각각 자사주 2500주와 1600주를 사들였다. 이들은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생각에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박정원 사장은 9일 주식 5230주를 취득했다. 한진해운은 “최근 주가 하락폭이 과도한데다 실적을 감안할 때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박 사장이 직접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강주안 사장도 같은 이유로 17일 1만주를 사들였다.
최근 여행 경기 침체로 주가가 반토막이 난 하나투어 역시 권희석 사장이 장기적인 전망은 양호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 위해 자사 주식 6억원어치를 샀고, 회사 차원에서도 최근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을 통해 주식 매입을 결정했다. 금호산업 신훈 부회장과 이연구 건설부문 사장이 지난 8일 각각 1840주와 1만주를 매입해 주가 살리기에 나섰고,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도 최근 4470주를 매입해 지분을 16.51%로 늘렸다.
두산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회사 차원에서 직접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7월 자사주 매각설이 돌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인 바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 2∼5월 자사주 228만주를 추가 취득해 자기주식 비율을 18.0%에서 21.0%로 끌어 올렸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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