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은 기준금리 5% 동결
‘이러다가 물가상승률 3.3% 넘을라’
갈등 빚는 강만수 장관과 만남 눈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정책금리인 ‘한은 기준금리’를 지난달 콜금리 목표와 같은 수준인 5.0%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보다는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를 내리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반면 물가상승은 더 부추길 수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와 ‘물가’ 두 측면이 모두 나빠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 총재는 “국제경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원유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한편으론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까지 나빠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덧붙여 ‘사면초가’ 상태임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가 좀더 무게를 둔 것은 물가였다. 이 총재는 “유가, 곡물값의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기존 한은의 물가상승률 전망인 ‘연간 3.3%’에서 약간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경기 하락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던 지난달 금통위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국제 유가와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이 최대 경제 이슈로 떠오른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도 물가 걱정을 키웠을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제 경제, 우리나라 실물, 물가 등을 한달 한달 봐가면서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렸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오찬을 겸한 상견례를 가졌다. 이들의 만남은 최근 강 장관이 잇달아 한은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양쪽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법에 정한 바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을 중립적으로 수립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한은의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해 나간다는 데 양쪽이 공감했다”며 “한은도 통화정책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 수립되는 게 중요하므로 정부와 정책적 협조를 지속해 나가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쪽의 갈등이 정말 봉합될지는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3명의 금통위원 교체를 둘러싸고 좀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갈등 빚는 강만수 장관과 만남 눈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일 정책금리인 ‘한은 기준금리’를 지난달 콜금리 목표와 같은 수준인 5.0%로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지만 이보다는 치솟는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책금리를 내리면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 반면 물가상승은 더 부추길 수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금통위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와 ‘물가’ 두 측면이 모두 나빠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 총재는 “국제경제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원유가격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한편으론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까지 나빠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덧붙여 ‘사면초가’ 상태임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가 좀더 무게를 둔 것은 물가였다. 이 총재는 “유가, 곡물값의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기존 한은의 물가상승률 전망인 ‘연간 3.3%’에서 약간 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경기 하락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던 지난달 금통위 때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국제 유가와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물가상승이 최대 경제 이슈로 떠오른 상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것도 물가 걱정을 키웠을 것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국제 경제, 우리나라 실물, 물가 등을 한달 한달 봐가면서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신중한 결론을 내렸다. 한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오찬을 겸한 상견례를 가졌다. 이들의 만남은 최근 강 장관이 잇달아 한은의 역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양쪽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임종룡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한은이 중앙은행으로서 법에 정한 바에 따라 통화신용정책을 중립적으로 수립해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한은의 자주성을 최대한 존중해 나간다는 데 양쪽이 공감했다”며 “한은도 통화정책이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뤄 수립되는 게 중요하므로 정부와 정책적 협조를 지속해 나가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쪽의 갈등이 정말 봉합될지는 다음달 20일로 예정된 3명의 금통위원 교체를 둘러싸고 좀더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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