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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자금경색 은행들 화색돈다

등록 2008-01-20 20:26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추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추이
조달금리 누그러지고 증시로 넘어갔던 돈 ‘유턴’
대출경쟁 잦아들고 새정부 긴축완화 기대감
올해초까지 극심했던 은행들의 자금난이 조금씩 풀리고 있다.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오르던 시디(양도성 예금증서)금리가 주춤하고 있고, 은행채 금리도 크게 내렸다. 주식시장 조정으로 시중자금이 조금씩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는데다 대출 증가세도 꺾였기 때문이다. 아직 안심하긴 이르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그동안 대출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대출금리 상승세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 금리 하락세로= 91일물 시디금리는 지난 16일에 이어 18일에도 0.01%포인트가 하락해 연 5.87%에 머물고 있다. 시디금리가 하락세를 보인 것은 3개월만에 처음이다. 시디금리는 지난 10월 이후 상승세를 유지해 지난 10일 연 5.89%까지 올라갔었다. 시디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시디금리를 계속 올려줘야 하는 ‘궁색한’ 처지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없이 오를 것 같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21일부터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6.54%~8.14%로 전주보다 0.01% 인하한다. 다른 은행들 금리도 0.01~0.02%포인트 내려간다.

시디와 함께 은행들의 자금조달 통로인 은행채 금리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은행채 3년물 금리는 지난 8일 6.97%에서 17일 6.21%로 떨어졌다. 이를 기준으로 하는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렸다. 신한은행 경우 3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8일 현재 연 7.27~8.67%로 지난 8일(7.90~9.30%)에 비해 0.63%포인트 낮아졌다. 박원재 신한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며 “채권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은행채나 시디발행이 원활하게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머니 이동’ 주시=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이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영향으로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시중자금이 은행에서 빠져나와 증시로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반달만에 시중은행의 특판예금으로 7조원 가까운 돈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 18일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시중은행장들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현상이 올해는 다소 완화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 여건도 호전될 것”이라며 “시디와 은행채 발행 수요도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의 대출경쟁이 잦아든 것도 한 원인이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11월까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12월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경제성장을 중요시 여기는 새정부에서 시중 유동성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금리 하락세에 한 몫하고 있다.

박원재 부부장은 “앞으로 시디금리는 조금씩 하락추세를 보일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변수들이 남아있다. 최원석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여전히 주식시장으로 돈이 유입되고 있고, 은행들의 대출경쟁이 중단됐는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경색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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