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시중은행의 11~12월 중소기업대출 증가액
돈줄 마른 은행들 ‘내실경영’ 따라 1~11월 ‘60% 확대’서 12월 ‘60% 축소’
‘바젤Ⅱ 협약’ 시행으로 내년 전망도 ‘흐림’
은행차입 의존도 높은 업체들 타격 클 듯 지난 11월까지 무섭게 늘어났던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12월 들어 11월의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 경쟁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 위주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용도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지는 바젤Ⅱ 협약이 시행돼 중소기업들이 대출 받기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입을 위주로 경영해왔거나 신용도가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이들 4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조2794억원이었다. 이는 이들 은행의 11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5조6602억원와 견줘 60% 가량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은 올해 정부가 집값 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자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려왔다. 국내 전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1~11월 42조6천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69조2천억원으로 62.4% 증가했다. 특히 11월에는 8조6천억원이 늘었다. 은행들이 12월 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줄인 것은 일단 대출할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박원재 신한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11월부터 어려워진 자금 조달이 이달 들어서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충당금 적립이나 유동성 비율 등 각종 지표들을 12월 말 기준으로 맞춰야 하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 담당 부행장은 “의도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줄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출해줄 돈이 없다”며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자금이 바닥났다”고 말했다. 그는 “6%대 특판예금 받아서 7%로 대출해봤자 남는 게 없다”며 “은행들의 자산 경쟁(대출을 늘려 외형을 확대하는 경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광준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은행들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며 “12월엔 각종 지표들을 맞춰야 하는 ‘연말 효과’ 때문에 감소 폭이 더 컸고 1월에는 이보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도 “올해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서로 싼 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나서는 ‘수요자 위주 시장’이었다면, 내년은 대출 이자를 많이 내고 재무구조도 튼튼한 우량 업체를 은행들이 골라서 대출해주는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에는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될 바젤Ⅱ 협약도 중소기업 대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대비해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미리 적립하게 되는데, 바젤Ⅱ가 시행되면 대출해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적립금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 사정 악화가 우려되자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한섭 정책팀장은 “90% 이상의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다소 대출이 많이 풀린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들이 자신들의 문제 때문에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문제다. 연말 연초 자금 수요가 많고 내년 경영 계획도 짜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은행차입 의존도 높은 업체들 타격 클 듯 지난 11월까지 무섭게 늘어났던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12월 들어 11월의 4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 경쟁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 위주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신용도에 따라 대출 조건이 달라지는 바젤Ⅱ 협약이 시행돼 중소기업들이 대출 받기가 계속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차입을 위주로 경영해왔거나 신용도가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이 집계한 결과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이들 4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2조2794억원이었다. 이는 이들 은행의 11월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 5조6602억원와 견줘 60% 가량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은 올해 정부가 집값 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자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려왔다. 국내 전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1~11월 42조6천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69조2천억원으로 62.4% 증가했다. 특히 11월에는 8조6천억원이 늘었다. 은행들이 12월 들어 중소기업 대출을 큰 폭으로 줄인 것은 일단 대출할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가는 ‘머니 무브’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다. 박원재 신한은행 자금부 부부장은 “11월부터 어려워진 자금 조달이 이달 들어서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충당금 적립이나 유동성 비율 등 각종 지표들을 12월 말 기준으로 맞춰야 하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중소기업 담당 부행장은 “의도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줄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출해줄 돈이 없다”며 “어느 은행 할 것 없이 자금이 바닥났다”고 말했다. 그는 “6%대 특판예금 받아서 7%로 대출해봤자 남는 게 없다”며 “은행들의 자산 경쟁(대출을 늘려 외형을 확대하는 경쟁)은 끝났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광준 한은 금융안정분석국장은 “은행들이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며 “12월엔 각종 지표들을 맞춰야 하는 ‘연말 효과’ 때문에 감소 폭이 더 컸고 1월에는 이보다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예전처럼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도 “올해는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서로 싼 금리로 대출해주겠다고 나서는 ‘수요자 위주 시장’이었다면, 내년은 대출 이자를 많이 내고 재무구조도 튼튼한 우량 업체를 은행들이 골라서 대출해주는 ‘공급자 위주 시장’이 될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에는 차입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시행될 바젤Ⅱ 협약도 중소기업 대출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 대출금을 떼일 위험에 대비해 대출금의 일정 비율을 미리 적립하게 되는데, 바젤Ⅱ가 시행되면 대출해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적립금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금 사정 악화가 우려되자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한섭 정책팀장은 “90% 이상의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을 은행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다소 대출이 많이 풀린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들이 자신들의 문제 때문에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문제다. 연말 연초 자금 수요가 많고 내년 경영 계획도 짜야 하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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