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데렐라’서 절대강자로 떠오른 비결 뭘까 지난 2년 동안 10만원 안팎에서 변화가 없었던 롯데삼강 주가가 지난달 2일과 3일 연거푸 상한가를 치면서 단숨에 15만원대로 뛰어올랐다.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상한가를 칠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그 배경을 놓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달이 지난 지난 8일에야 그 이유가 밝혀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롯데삼강의 지분 5.37%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미래에셋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절대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바람이 불고 있는 적립식펀드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미래에셋이 굴리는 주식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 워치(watch)’(미래에셋의 움직임을 주시한다는 의미)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자산운용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전체 주식형펀드 수탁고(10조6468억원) 가운데 미래에셋계열 운용사 3곳(미래에셋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맵스자산운용)의 수탁고(2조1592억원)가 20.28%를 차지하고 있다. 혼합형펀드와 일임형매매펀드(특정 고객의 돈을 위임받아 운용)를 포함하면 미래에셋이 움직이는 주식은 4조원에 이른다. 짭짤한 수익률에 국민은행 판매 덕 ‘적립식’ 열풍 흡수 주식형펀드 1위로
지난 2003년말까지만 해도 미래에셋의 주식형펀드 점유율은 5.7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13.73%로 증가했고 불과 넉달만에 다시 20.28%로 급증했다. 업계 순위도 6위에서 2위로, 다시 1위로 뛰어올랐다. 이런 성장세의 일등공신은 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펀드 열풍이다. 올해 들어 주식형펀드 수탁고 증가분 2조952억원 가운데 46.99%(9846억원)가 미래에셋으로 흘러들어갔다. 최근의 신규 가입 주식형펀드가 거의 적립식펀드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적립식펀드 가입자 두 명 중 한명은 미래에셋에 가입했다는 뜻이다. 이런 미래에셋의 ‘독주’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라는 거대 판매망을 잡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고객들은 옛날과 달리 수익률을 보고 펀드를 고르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은 미래에셋이 많이 팔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펀드매니저 ㅎ씨는 “은행 고객들은 증권사 고객과 달리 펀드도 적금처럼 꼬박꼬박 붓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앞으로도 미래에셋의 수탁고가 계속 늘어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굴리는 돈이 급속하게 불어남에 따라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미래에셋이 시장을 움직인다”, “미래에셋이 사는 종목은 오른다” 등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떠돌고 있다. 심지어 다른 매니저들이 미래에셋을 따라한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펀드매니저 ㅂ씨는 “펀드 규모가 커지면 한 종목을 사는 금액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주라면 몰라도 중소형주는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ㅇ씨는 “지난달 주식시장이 1000에서 950선까지 떨어졌을 때 ‘미래에셋이 주식비중을 줄이고 현금비중을 늘렸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미래에셋이 언제 다시 주식을 사들일지가 시장의 관심꺼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운용규모 4조…“사는 종목 보라”
시장 눈·귀 쏠려, 쥐락펴락 우려도 일각에서는 과거 ‘바이코리아’ 때처럼 특정 운용사가 시장을 움직이거나 주가를 ‘조작’하는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애널리스트 ㅇ씨는 “시장 영향력이 특정 세력에 몰리면 개별 종목을 좌지우지할 수 있고, 시장 전체의 왜곡도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그룹의 고위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400조이고 외국인이 이 중 40%를 가지고 있다”며 “4조 정도의 돈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그는 “단지 ‘미래에셋 워치’라는 표현처럼 미래에셋이 사는 종목에 시장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국내 기관보다 외국인들이 따라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투자자인 캐피탈그룹 한 곳이 한국에서 굴리는 돈이 5~6조”라며 “외국계에 맞서려면 미래에셋의 사이즈는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래에셋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큰손’으로 성장했다. 펀드매니저 ㅎ씨는 “미래에셋은 보유한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일반 기업에까지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다”며 “미래에셋은 이런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업금융(IB업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퇴직연금 등 다른 부문 사업까지 긍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7년 일개 투자자문사로 시작한 미래에셋이 98~99년 펀드업계의 ‘신데렐라’를 거쳐 이제는 국내 경제계의 ‘권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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