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월 콜금리 운용목표를 연 5.00%인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한은총재 “경제주체들 대출·투자때 비용 따져야”
금리 또 상승세로…금통위 “콜금리 5% 동결”
금리 또 상승세로…금통위 “콜금리 5% 동결”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높은 금리 수준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가계·기업·은행 등 경제 주체들이 이런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의 금리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금리가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빚을 내 집을 사거나 투자를 한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이나 투자를 결정할 때 좀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자금 부족이 조정되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 변수가 상당 기간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금리가 지난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에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가격 변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항상 일어나는 것으로, 은행은 은행대로, 주식 투자자는 투자자대로 각 경제 주체들이 그에 맞춰 행동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상승 원인에 대해서도 “올 경기가 괜찮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 논리로 설명될 수 있고, 다른 원인인 국제 금융 쪽에서 오는 충격도 개방된 모든 나라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최근 금리가 상승해 사실상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저금리 시대의 행태를 버리고 대출이나 투자를 결정할 때 비용을 따져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최근 금리 상승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 때문에 한은은 이를 막기 위해 개입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외화자금 시장의 달러 부족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이 외화 유동성까지 책임지는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달러 공급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뒤 금리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국고채 3년물이 0.11%포인트 오른 6.11%, 국고채 5년물이 0.11%포인트 오른 6.07%로 장을 마쳤다. 이날 은행채와 시디(CD)는 거래가 없어 금리도 변동이 없었다.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한은이 다시 한번 긴축 의지를 천명하고 당분간 콜금리 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랭했다”며 “조만간 시디 금리는 6%, 은행채 금리는 7%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회의를 열어 12월 콜금리 운용 목표를 연 5.00%인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발표문에서 “경기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국제 유가의 상승,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돼 향후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고 시중 유동성 또한 증가세가 줄지 않고 있는데다 내년에도 경기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어서, 한은이 내년 초 콜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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