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추이 / 코스피 지수 추이 / 국고채 3년 금리 추이
외국인 국내자산 동시다발 매도에 금융시장 급속 위축…유동성 축소 촉각
20일 주식과 채권, 원화 가격이 모두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장’이 연출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영향으로 외국인들이 주식·채권 가리지 않고 국내 자산을 팔고 나가는 ‘셀코리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자금 압박과 금융당국의 규제로 대출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내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 축소는 주식·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 외국인 빠져나가고=20일 코스피 지수는 나흘째 급락하며 전날보다 21.23(1.12%) 내린 1872.24에 마감됐다. 이날 지수 하락은 외국인 매도세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거래일 아흐레째 팔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7105억원을 순매도했다.
채권금리도 지난주부터 오름세(채권값 하락)를 멈추지 않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6bp(0.06%포인트)나 오른 데 이어 이날도 3bp가 상승해 5.55%로 마감됐다. 전날 2bp 올랐던 시디(CD) 금리는 다시 3bp 상승해 5.45%로 올라섰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이 국고채 3년 선물을 5천억원 가까이 내다 팔며 금리 급등세를 이끌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은행들의 시디 발행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환율 역시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3.20원 오른 922.20원에 장을 마쳤다. 구길모 외환은행 차장은 “외국인들이 주식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송금하려는 수요가 많아 달러가 오르고 있다”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도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금융시장의 트리플 약세 현상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엔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신흥시장 국가의 주식과 채권을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채권값은 오르는 게 정상”이라며 “오늘처럼 주식와 채권, 원화 값이 동시에 내리는 것은 외국인들의 이머징 자산 팔아치우기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팀장은 “강도는 다르지만 지난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지난 8월 서브프라임 1차 파동 때보다 위험자산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 국내 은행 대출도 줄어들 가능성=외국인들의 돈이 빠져나가는 것에 더해 국내에서 창출되는 유동성도 축소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올해 연말부터 기업여신(대출)에 대한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부동산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에 대한 대출의 최저 적립률이 0.7%에서 1.2%로 0.5%포인트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올라가면 은행은 대출 금리를 올리고 위험관리에 나서게 된다.
은행들은 이미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소기업 대출을 중단하거나 소극적 영업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번 금감원 조처는 이런 흐름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인상되고 은행들의 대출 태도도 조심스러워지면 자연스럽게 대출이 줄고 시중에 풀리는 자금도 감소하게 된다. 그동안 은행 대출은 시중 유동성 증가의 최대 ‘주범’으로 꼽혀왔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에 흘러들어오던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국내 은행들의 대출 확대 경쟁도 주춤하게 되면 시중 유동성 증가 속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도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한은 관계자는 “국내에 흘러들어오던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국내 은행들의 대출 확대 경쟁도 주춤하게 되면 시중 유동성 증가 속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도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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