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악재에 휘청이는 국제 금융시장
서브프라임 불안·앤캐리 트레이드 청산·중국 긴축정책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불안 증폭,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중국 긴축정책 등 3대 악재가 겹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했고, 엔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동안 국제 금융시장은 ‘시계 제로’의 안갯속을 헤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 금융시장 요동=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12일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7.05(3.37%) 내린 1923.42로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도 3.12%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엔화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로 2.48% 내린 1만5197.09를 기록해 지난해 8월7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긴축 조처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한때 5% 넘게 급락세를 보이다 2.40% 하락했다. 우리나라에서 설정된 중국펀드들이 많이 투자하는 홍콩증시의 H지수는 5.91% 폭락했다.
엔화 움직임도 심상찮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에 따라 크게 오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0엔선이 붕괴되며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녁 7시30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110.29엔선을 나타내고 있다. 엔캐리 청산과 주식시장 급락으로 원-달러 환율은 4.30원 오른 911.3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 악재 첩첩산중=금융시장 불안의 가장 큰 진원지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지난 8월 1차 파동 이후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 사이 고유가, 달러약세 등 악재가 더해지면서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는 ‘연착륙’에서 ‘경착륙’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최근 씨티·메릴린치·와코비아 등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은 잇따라 서브프라임 사태로 비롯된 손실이 예상보다 크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나섰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음을 경고했다.
시장 불안정은 지난 8월과 마찬가지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는 국제 금융시장의 해묵은 위험요소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저금리인 엔화를 빌려 세계 곳곳의 주식·채권·부동산 등에 투자하던 엔캐리 자금이 안전자산 선호 때문에 엔화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되면 세계 자산시장은 급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까지 긴축정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지급준비율을 사상 최고인 13.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전망되고 있다.
■ 미국 경기가 열쇠=사태 해결의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와 경기 침체가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른 금융시장의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게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달러약세와 유가급등이 계속될지,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미국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철 한국은행 국제동향팀장은 “엔캐리 청산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불안이 진정되면 같이 가라앉을 것”이라며 “여전히 일본과 다른 나라 사이에 금리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청산이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품 논란에 휩싸여 있는 중국 증시는 한동안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잉 유동성과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리스크 통제를 위해 중국 정부가 한동안 긴축정책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조이기 때문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12일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 등락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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