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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손쉬운 ‘이자 장사’ 언제까지

등록 2007-09-10 08:50

CD 발행액 추이
CD 발행액 추이
CD 발행 급증…치솟는 금리는 주택대출에 전가
투자은행 영업강화 등 수익 구조 다각화 필요
시중자금의 ‘탈은행’ 흐름으로 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에 연동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8%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은행들이 ‘예대 마진’ 따먹기 식의 영업과 자산확대 경쟁에서 벗어나 수익 다각화와 선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시디 금리 5.33%…이달 계속 오를 듯=지난 7일 91일물 시디 금리는 5.33%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3일 6년여 만에 처음으로 5.3%대에 진입한 이후에도 오름세를 지속해 지난주에만 0.04%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번주부터 0.04%포인트 올라간 연 5.98~7.78%가 적용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금리도 각각 6.32~7.72%, 6.22~7.72%로 높아진다.

시디 금리 상승세가 계속되는 것은 자금 조달을 위한 은행들의 시디 발행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은행은 시디를 4조8천억원어치나 순발행했고 9월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8월까지 순발행 규모는 2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8천억원)의 7.5배에 이른다. 하지만 시디나 은행채를 사줄 자산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나 채권형 펀드도 주식시장 쪽으로 돈이 빠져나가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다. 수요가 적다 보니 파는 쪽에서 금리를 더 얹어줄 수밖에 없다. 현재 시디 금리뿐 아니라 은행채 3년물 금리도 5.8%대까지 올라간 실정이다. 은행들 탓에 애꿎은 기업어음(CP)·회사채 금리까지 덩달아 올라 일반기업들의 금리부담도 늘고 있다.

더구나 9월에는 추석이라는 일시적인 요인까지 겹쳐 있다. 여지동 하나은행 자금기획부 차장은 “기업들이 추석 상여금 지급을 위해 돈을 빼갈 것에 대비해 자산운용사들이 자금을 묶어두고 있다”며 “추석까지는 시디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이 변해야 한다”=9월 고비를 넘기고 나면 10월부터는 시디 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예금 상품의 매력이 커진 반면 이자 부담은 늘어나, 은행 예금 증가와 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전통적으로 은행들이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다.

하지만 시중의 자금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길기모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은 “‘탈은행’과 ‘투자상품 선호’라는 큰 흐름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은행 자금 조달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원재 신한은행 자금부 부부장도 “결국은 예금으로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려야 한다”며 “앞으로도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은행들의 전략이 변해야 한다. 예금이 줄면 대출 경쟁을 자제해야 하는데 현재 은행들은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해서라도 대출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대출 확대를 통해 예대 마진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쉬운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까지는 대출 수익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길기모 연구위원은 “은행 쪽이 예대 마진 수익이 아닌 투자은행(IB) 영업 등을 통해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지동 차장도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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