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액시온USA’의 사업 실적
이민자·저신용자에 연리 10%대 무담보 대출
상환율 95%…은행들 “잠재 고객” 자금줄 자처
상환율 95%…은행들 “잠재 고객” 자금줄 자처
미 대표적 대안금융 ‘액시온’에 가보니
지난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생겼다. 뉴올리언스에 살던 집 수리업자 리처드 보터스도 카트리나 때문에 집을 떠난 지 1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폐허가 된 뉴올리언스는 보터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였다. 그동안 저축한 돈으로 전단지를 만들어 친구와 친인척들에게 돌렸다. 일감은 많았지만 몇 주가 지나자 현금이 부족했다. 일을 늘리려면 트럭과 연장이 필요했다. 보터스는 친구한테서 ‘액시온(ACCION) USA’(이하 액시온)라는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를 소개받아, 4500달러(약 418만원)를 담보없이 대출받을 수 있었다. 보터스는 “지금은 고객이 줄지어 서 있다”며 “액시온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 여기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사는 나타샤 고딘 역시 카트리나의 피해자다. 집이 완전히 부서져 지금도 정부에서 제공한 트레일러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집주인들과 수리업자들 사이를 중개하는 그의 사업은 일감이 크게 늘었다. 사무실 확장을 위해 돈이 필요했지만 은행들은 사업 실적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출을 거부했다. 그는 액시온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대출을 신청했고 담당자와 전화로 상담을 한 뒤 2만5천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보터스와 고딘같은 카트리나 피해자들은 이민자, 신용불량자,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 같은 액시온의 전통적인 대출 대상자에 새로 추가된 사람들이다. 액시온은 미국의 대표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저소득층의 창업 자금을 무담보 신용으로 대출해주는 대안금융) 단체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2년 84개였던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가 2002년 554개로 늘었다.
지난달 초 미국 보스턴 시내 액시온 사무실에서 만난 브루스 맥도날드 부대표는 “은행 대출을 못받거나 신용카드 발급이 안되는 사람들, 신용기록이 안좋은 사람들이 고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민자들은 대부분 은행 거래 실적이 없어 은행을 이용하기가 힘들다.
액시온은 이들에게 10~16.5%의 금리로 무담보 대출을 해준다. 대출 금액은 500만~1000만원 정도가 많다. 액시온의 금리 수준은 개발도상국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들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에리카 유커스 잉글랜드 지역 프로그램 담당자는 “은행 대출 금리보다는 높지만 신용카드회사나 대부업자 등 고금리를 받는 업체들보다는 낮다”고 말했다. 95%의 상환율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대출로 이익을 남기고 있지는 못하다. 대출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운영비가 많이 드는 탓이다.
액시온은 대출 자금을 시중 은행들로부터 0~3%의 저리로 장기 대출을 받는다. 브루스 부대표는 “은행들이 저소득층 자영업자들은 언제가 다시 자신들의 고객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금 대출 형태로 액시온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사람들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졸업해 은행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에 대출을 해주면 은행 공공성 관련 법률인 ‘지역재투자법’(CRA)에 규정된 실적으로 인정받고 세금 혜택도 받는다. ‘윈-윈 게임’인 셈이다.
씨티그룹 산하 씨티재단의 파멜라 플래허티 이사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그들이 금융 지식, 금융 상품,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액시온의 운영비는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2000년에 사업을 시작한 액시온은 보스톤을 비롯한 3개 도시에 사무실이 있고 5개 도시에 제휴 단체가 있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대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활동 영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액시온의 2005년 연간보고서에 써있는 글귀는 가장 미국적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사명은 힘들게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로 돕는 것이다.” 보스턴/글·사진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미국의 대표적인 마이크로크레디트 단체인 ‘액시온USA’의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00년에 사업을 시작한 액시온은 보스톤을 비롯한 3개 도시에 사무실이 있고 5개 도시에 제휴 단체가 있다. 지난해부터는 온라인 대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활동 영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있다. 액시온의 2005년 연간보고서에 써있는 글귀는 가장 미국적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의 사명은 힘들게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도로 돕는 것이다.” 보스턴/글·사진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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