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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고객 다 뺏길라” 은행 급여통장 금리↑

등록 2007-07-31 19:27수정 2007-07-31 22:09

은행 통장예금 잔액 추이
은행 통장예금 잔액 추이
증권사 CMA 의식 3~4%대 지급 검토
은행들이 마지노선을 허물고 있다. 증권사의 자산관리계좌(CMA)로 물밀 듯이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붙잡으려고 사실상 ‘제로 금리’인 월급통장에도 이자를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 나름대로 대응책을 강구해왔지만, 정작 CMA의 대응 상품인 월급통장 금리는 손대지 않았다. 흔히 ‘통장예금’으로 불리는 보통예금과 저축예금은 은행이 가장 싼 값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월급통장의 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그만큼 은행의 위기감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총대를 맨 은행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이달 중순께 잔액이 일정 금액을 넘는 월급통장에 연 3%대의 이자를 주는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월 지출 한도를 200만원으로 정해 놓으면 200만원까지는 금리가 0.1%이지만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3%대의 금리를 준다.

우리은행도 비슷한 상품을 검토 중이다. 김종득 우리은행 상품개발파트장은 “월급 통장의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지만 손익계산, 전체 은행의 전략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아직 최종 결정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자를 준다면 연 4%대가 될 것”이라며 “3%대로는 CMA와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고객을 아예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으로 넘겨주는 전략을 세웠다. 하나은행에 있는 월급통장 잔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하나대투증권의 CMA계좌로 이체시켜주는 ‘뉴 CMA’통장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은행 수신이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고객을 다른 증권사로 뺏기지 않고, 다른 은행 고객을 하나금융그룹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월급통장에 이자를 주게 되면 예대마진이 줄어들어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로서는 일단 고객 이탈을 막는게 급선무다.

보통예금과 저축예금은 은행의 핵심 예금이다. 직장인들의 월급통장으로 이용되는 예금 형태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는 거의 없다. 은행 입장에서는 규모도 크고 마진도 좋지만 고객 확보의 출발이기도 하다. 보통 월급통장을 개설한 은행에서 대출도 받고 펀드도 사고 적금도 들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12월 말 146조4천억원이었던 통장예금은 지난 5월 말 현재 133조8천억원으로 13조원 가량 줄었다.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과 견줘 6월 말 현재 국민은행 2조원, 우리은행 1조1700억원, 신한은행은 6700억원, 하나은행은 3천억원 정도씩 통장예금이 감소했다. 반면 증권업협회가 집계한 증권사의 CMA 계좌 잔액은 지난해 말 8조6천억원에서 6월 말 현재 19조4천억원으로 11조원 가량 늘어났다.


조병제 하나은행 개인금융 담당 부행장은 “증권사들이 현재 이익이 안나면서도 CMA 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은행 고객들을 증권사 고객들로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지금은 고객 기반 확대 전략이 맞다”고 말했다. 김종득 파트장은 “물고기가 다 떠나면 낚시를 할 수 없다”며 “일단 고객만 있으며 은행은 뭐라도 팔 수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고객을 확보해야 교차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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