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용으로 주택 구입’ 1200여건 적발…절반이 농협서 발생
사후점검 대상 대폭 확대
경기도 과천에 사는 김아무개(46)씨는 지난 2월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지 않으면서 이전에 취득한 도·소매업 사업자등록증으로 인근 농협 지점에서 기업자금용으로 5억원을 대출받았다.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 맡겨봐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돼 기껏해야 2억원 정도밖에 대출금을 못받지만, 사업자등록증으로 기업자금 대출을 신청했더니 가뿐히 5억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돈으로 곧바로 경기도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다가 최근 금융감독당국의 합동단속반에 꼬리가 잡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초부터 중소기업대출 취급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기업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은 뒤 사업목적과 무관한 부동산을 매입했거나 금융회사들이 대출규정을 어기고 기업자금을 대출해준 불법 사례 1247건(대출금 2095억원)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개인 사업자들이 정상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자금을 대출 받았지만 이 돈을 부동산 구입에 사용한 이른바 ‘용도외 유용’ 사례는 △8개 은행 92건(148억원) △6개 저축은행 190건(286억원) △농협 등 12개 단위조합 627건(972억원) △3개 캐피탈 83건(135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기업자금의 유용 사례를 보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부족 자금을 은행 기업자금으로 벌충하거나 △저축은행에서 기업자금을 대출받아 기존 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금을 상환한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농협 등 12개 단위조합들은 여기에다 대출 규정을 어기고 실제로 영업을 하지않는 휴·폐업 업체에 기업자금 대출(149건 242억원)을 해줬거나,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한테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기업자금 대출(106건 312억)을 해줬다가 들통났다.
금감원은 기업자금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산 경우에 대해 대출금을 전액 회수토록 조처하고, 관련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서는 문책하기로 했다. 특히 용도외 유용 취급 사례가 집중된 농협 단위조합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협의해 기관 제재를 내리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김대평 금감원 부원장보는 “중소기업 대출의 취급 적정성과 용도외 유용 대목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중점 검사 항목으로 선정해 집중점검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대출금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난 1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금 용도 사후점검 의무대상 금액을 건당 5억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또 용도외 유용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신규취급을 1차 적발 때 1년간, 2차 적발 때에는 5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주관으로 대출금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지난 1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금 용도 사후점검 의무대상 금액을 건당 5억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낮췄다. 또 용도외 유용 사실이 적발될 경우 신규취급을 1차 적발 때 1년간, 2차 적발 때에는 5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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