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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돈 죄기-풀기 실랑이속 이자만 껑충

등록 2007-05-16 19:53수정 2007-05-16 23:19

전국은행장 간담회가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려 윤증현 금감위원장(맨 왼쪽)과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맨 오른쪽)이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은행장 간담회가 16일 오전 서울 을지로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려 윤증현 금감위원장(맨 왼쪽)과 유지창 전국은행연합회장(맨 오른쪽)이 각각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 압박에 시디금리 상승 지속…4년만의 최고치
은행, 주택쪽 막히자 중소기업 대출로 수익률 경쟁
“대출을 줄여라.” “못 줄인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시중에 돈이 너무 많다고 보는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 경쟁이 못마땅하지만 은행으로서는 ‘돈 되는 장사’를 포기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시중의 돈줄을 죄고 은행들은 자금을 마련하려고 양도성예금증서(CD·시디) 금리를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출 고객들만 고스란히 이자 부담을 떠안고 있다.

CD금리 추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월별 증가액
CD금리 추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월별 증가액
시디 금리 한달간 계속 올라=16일 시디 금리는 전날에 이어 연 5.06%를 유지했다. 2003년 3월18일 연 5.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인섭 한은 자금시장팀장은 “은행은 대출용 자금 조달 등을 위해 시디를 발행하려는 수요가 많은데 매수세력은 별로 없다”며 “자산운용사나 다른 은행들에서 사줘야 하는데 최근 머니마켓펀드(MMF)가 감소한데다 은행들도 여윳돈이 없다”고 말했다. 5~6월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시디 차환발행 수요도 10조원이나 된다. 사려는 쪽은 적고 팔려는 쪽은 많으니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은행의 유동성 긴축 기조가 원인이다. 지난달 말 콜금리가 급등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한은은 여전히 단기자금시장 지원에 빡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은이 콜시장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지원(RP를 사들여 돈을 푸는 것)을 엄격하게 하면 시디 시장에도 영향이 미치게 된다.

금융당국 “대출 줄여라”=지난 3월 시중유동성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3%나 급증해 4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유동성 증가 주범 중 하나였던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단기 외화차입은 어느 정도 수그러졌는데 또 한 축인 은행 대출이 줄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주택 담보대출 쪽이 막히자 중소기업 대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한해 동안 증가액이 44조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4월까지 이미 23조2천억원이 늘었다. 지난 4월에만 7조9천억원이 늘었는데 이는 한은이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금융당국은 경고장을 계속 보내고 있다. 16일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18개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가 은행들의 외형 확대 경쟁 또는 주택 담보대출의 수요 감소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외형 확대 차원에서 과당경쟁을 할 경우 경기 둔화 때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 “이익 나는데 왜 줄여?”=은행으로서는 대출을 늘리면 덩치도 커지고 수익도 늘어난다. 금리를 올려도 대출수요가 계속 있는데다, 시디 금리가 인상돼도 고스란히 변동금리대출에 전가시킬 수 있으니 문제가 안 된다.

지난해 자산을 크게 늘렸던 우리·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신한·국민은행은 올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월까지 신한이 4조8천억원, 국민이 4조2천억원씩 중소기업 대출을 했다. 조덕현 신한은행 여신기획부 부부장은 “지난해 조흥은행과의 통합으로 제대로 자산을 증가시키지 못했다”며 “올해는 조직도 추슬렀으니 시너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연체율이 아직 1% 안팎 수준인데다 1분기에 수익이 크게 난 것도 은행들의 공격적 영업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한달에 1조 넘게 중소기업 대출을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며 “일정 기간 지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한은은 계속 돈줄을 죄고, 은행은 금리를 올려서라도 자금을 조달해 대출장사를 하겠다는 대립이 계속되면 시디 금리 불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유동성 감소가 확인되지 않는 한 한은이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고 결국 은행들이 속도 조절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부부장도 “당국에서 경고를 하고 있으니 다시 한번 건전성 등을 점검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최 팀장은 “지난 2월에 5월을 전망할 때도 은행들이 대출을 줄일 걸로 봤는데 결국 아닌 걸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안선희 정혁준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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