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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눈덩이 외화차입에 정부 옐로 카드 뽑아

등록 2007-04-26 20:25수정 2007-04-26 22:44

예금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추이
예금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추이
재경부 “건전성 감독 강화”…외화 대출도 출연금
환율·금리 동반 상승 약발…근본 해결은 ‘글쎄’
정부가 최근 외국은행들이 단기 외채를 대규모로 들여오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과 유동성 과잉을 부채질하는 것에 대해 전방위 압박을 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외화 차입 움직임이 움츠러들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시장에선 이런 기류가 반영돼, 원-달러 환율과 금리가 모두 상승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가 외화 차입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3월 단기 외화 차입 급증=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국제수지 동향’을 보면 3월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 규모는 73억달러(약 6조8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92억달러로 정점에 이르렀다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여온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은 올 들어 3월부터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은행들은 외화를 차입해 외화 대출용으로 쓰기도 하고 수출업체들이 파는 선물환을 매수하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지난해까지는 외화 대출을 많이 했지만, 지난해 말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외화 대출은 미미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주로 외국은행 지점들이 재정거래를 위해 차입해 온 게 대부분이다. 국내외 금리 차이보다 현물환과 선물환의 차이가 더 커지면 위험 부담 없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단기 외채가 늘어나면 원-달러 환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고 돈이 너무 풀려 과잉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갑자기 외채가 빠져나가면 외환위기 같은 유동성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정부 잇단 경고=3월에 단기 외채가 급증하자 4월 들어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이 36개 외국은행 지점장들을 모두 불러 자제 요청을 한 데 이어, 24일에는 청와대에서 재정경제부 주재로 금융 점검회의가 열렸다. 이때까지 시그널만 보냈던 정부는 26일 명시적으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진동수 재경부 제2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환거래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고, 7월부터는 예정대로 외화 대출에도 신보·기보 출연금을 부과해 차입 수요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화 대출의 경우엔 은행들이 월말 대출 잔액의 0.4%를 다음달 말까지 출연금으로 내놓고 있다. 외화 대출에도 출연금이 부과되면 그만큼 수익이 줄게 된다. 황건일 재경부 외환제도혁신팀장은 “출연금 부과는 지난해 풀렸던 외화 대출의 만기 연장을 줄이고 신규 대출을 위한 외화 차입 수요도 줄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단기 외채 규모도 감소하고 유동성도 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의 무더기 선물환 매도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경고했다. 진 차관은 “과거에도 사람들이 모두 다 예상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환율이 움직여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은 미지수=정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금융시장도 움찔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30원이 상승한 92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의 반응은 더 민감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5.00%에서 이날 장중 5.06~5.07%까지 올랐다가 5.02%로 마감했다. 한 투신사의 채권 펀드매니저는 “정부의 외화 차입 규제에 따라 외국은행 지점이 그동안 운용하던 채권을 내놓고 있어 채권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단기자금시장에서는 갑자기 자금 수급이 경색되면서 콜금리가 5.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원-달러 환율 하락 기대 심리에 따른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라는 점에서, 원화 강세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 한 효과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지적도 시장에서는 나오고 있다.

안선희 최우성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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